▲ 일러스트 김용범 기자

교권 침해가 심화되자 결국 교사들이 거리로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 4일 교사들이 전국적으로 시위에 나섰다. 이날은 서울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피해자의 49재로, 교사들은 추모와 동시에 법 개정을 목적으로 일시에 연가ㆍ병가ㆍ공가 등을 사용해 출근하지 않았다.

교사들의 단체 행동은 지난달 17일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지난달 17일, 9·4 서이초 추모 집회 운영팀은 “9월 4일까지 교권 보호 목적의 법 개정을 하지 못하면 집단 연가를 내고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후 25일 교사들은 ‘공교육 멈춤의 날’로 이름 짓고 재량휴업이나 연가 등으로 출근을 하지 않는 단체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교육부는 시도부교육감 회의를 열어 재량휴업은 급박한 상황 등에만 지정할 수 있고 교사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수업일에 연가를 사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또 공무원의 집단행동은 불법이고 목적도 방법도 정당하지 않다며 법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단체 행동에 참여할 시 징계를 내리겠다고 공표한 셈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이러한 제지에도 4일이 되자 전국 30여곳의 학교가 휴교했다. 부산ㆍ경남ㆍ강원 등지에서는 1천명 이상의 교사가 결근하고 광주광역시에서는 7개교가 휴교, 350명 이상이 휴가나 연가를 사용하는 등 물러서지 않았다.

교사들의 분노가 이처럼 커진 데는 계속된 교권 추락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대한민국에서는 교권이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몇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교권 침해 현황은 2014년 4천여건에서 2015년 3천여건, 2016년 2천여건으로 계속해서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으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다시 3천여건으로 상승했다. 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 따르면 지난해 교권 침해 상담 건수는 520건으로, 2016년 572건 이후로 가장 많았다.

교권 침해의 주체로 지목된 것은 학부모였다. ‘2018년 교육활동 침해실태조사’에 따르면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가장 주된 주체로 학부모(51.8%)가 꼽혔으며 학생(41.2%)이 근소하게 뒤를 이었다. 학부모를 응답한 교사의 근무지는 초등학교(70.0%)가 압도적이었으며 학생을 선택한 비율은 중학교(57.6%)와 고등학교(57.2%)가 엇비슷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교사들은 교권 침해를 당했다고 느꼈을지라도 그 사실을 알리는 데 주저했다. 교육활동 침해를 받았을 때 절반도 되지 않은 47.8%만이 이를 알렸다고 답했다. 알리지 않은 이유로는 ‘어차피 혼자서 해결해야 해서(43.8%)’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일이 커지는 게 싫어서(26.5%)’와 ‘사안처리를 위한 학교 행정절차가 번거로워서(24.8%)’가 뒤를 이었다.

후속 대처도 미흡했다. ‘교육활동 침해 사실을 학교에 알렸을 때, 학교에서는 주로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응답 결과는 ‘학교의 입장이나 사정으로 인해 화해 등의 방향으로 유도함(48.7%)’과 ‘침해 사실 자체를 문제로 보지 않고 무마하는 편임(33.4%)’이 3분의 2가량을 차지했다. 반면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17.9%밖에 되지 않았다.

교권 침해로 인한 불만에 기름을 끼얹은 것은 서울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이었다. 서이초에서 근무하던 한 교사가 7월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교사의 사망 원인에 대해 아직 파악이 끝나지 않았다며 억측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학부모의 갑질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이 퍼지자 교권 침해의 희생자라는 시선도 늘어났다. 교육부가 해당 사건에 뾰족한 해결책을 내지 못하고 검경의 수사도 부진하자 교사들이 직접 들고 일어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유명 웹툰 작가인 주호민의 특수교사 고소 사건까지 이어져 여론마저도 교권 침해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사들의 단체 행동에 교육부도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4일 국회 예결위 회의에서 “추모에 참가한 교사들을 엄정 대응하겠다고 했는데 징계하겠다는 건가”라는 도종환 의원의 질의에 “최대한 선처하려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강훈식 의원이 다시 관련 질의를 하자 “징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음날에는 공식적으로 징계 방침 철회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고인에 대한 순수한 추모의 마음과 교권회복에 대한 대다수 선생님의 마음을 잘 알게 됐다”며 “교권회복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지금, 변열과 갈등보다는 상처와 상실감을 치유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온 힘을 쏟기 위함”이라고 징계 방침 철회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4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10만명 이상의 교사들이 운집했다. 2시간가량 벌어진 집회에서는 서이초 교사 추모와 함께 관련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처럼 교권 추락에 대한 확실한 대응책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교사들의 분노가 쉽사리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