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현재, 미국과의 무역 마찰로 세계가 시끄럽다. 바로 지난 3월5일 수입 철강에 대한 미국의 긴급수입관세(세이프 가드) 조치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의 철강산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수입철강에 최대 30%까지 관세를 부과하는 이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으며 지난 20일부터 이 조치는 공식 발효돼 앞으로 3년 동안 지속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조치는 유럽 연합(이하 EU), 일본, 우리나라 등에서 거센 반발을 일으키고 있으며 EU에 이어 우리나라, 일본 또한 WTO에 제소한 상태이다. 이와 관련해 브라질 한 재무 관계자는 ‘다양한 국제회의에서 미국이 무역자유화 옹호 입장을 취해 왔던 점을 감안할 때 겉과 속이 다른 행동이라는 젼을 지적하고 있다. EU 또한 미국의 이러한 조치에 맞대응 해 미국산 철강, 섬유 제품에 30%이상의 관세를 적용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많은 나라의 규탄을 받고 있는 미 정부는 이에 대해 “미국이 자유무역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변함없는 진실이지만 자유무역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정치적인 지지세력을 규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해 세이프가드 조치의 의도가 자국내에 문제해결에 있었음이 명백히 드러났다. 또한 지난 1월 있었던 한-미 투자협정 당시 미국은 “한국 영화의 시장 점유율이 40%를 넘었으니 스크린 쿼터제를 축소할 것”을 요구해 협정이 지연됐으며 현재까지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스크린쿼터제’ 또한 미국 내 이익만을 고려한 무역조치이긴 하지만 현재까지 어떠한 대응도 하지 못한 채 많은 영화관계자들의 반발과 우려를 사고 있는 쟁점인 것이다.

  이와 더불어 현재까지도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이하 FX사업)’또한 미국의 압력을 가해지고 있는 사안이다. FX사업은 큰 규모의 예산이 소요되는 차세대 전투기 선정 사업인 만큼 성능, 가격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하지만 이를 결정해야 하는 국방부가 미국의 눈치를 살피며 최대 딜레마에 봉착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F-15 전투기가 뛰어나다면 이러한 고민 또한 필요없지만 미국에서조차 단종될 전투기를 이른바 ‘차세대 전투기’로 쓴다면 국내 공군 및 국민들의 거센 반발 또한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관계자들은 “지금은 이래저래 따져 보고 있는 것 같지만 이미 결정은 나 있는 상태”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한다. 이렇듯 ‘신자유주의’,‘자유 무역주의’라는 미명 아래 미국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모든 국가에 군림하려 들고 있다.

  이러한 미국 앞에서 우리의 ‘자주국갗,‘주권국갗적인 면모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정대화(상지대·정치외교학)교수는 “미국의 지위는 일반적으로는 1,2차 대전을 거치면서 확보된 것이며, 특히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전승국의 입장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은 이 힘을 바탕으로 소련과 냉전체제를 형성하고 서방국가들의 맹주로 떠올랐다”고 설명하며 “80년대 중반 이후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국가들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결과 사실상 사회주의진영이 붕괴, 동서냉전체제가 소멸되면서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가 되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처럼 미국의 올가미에 걸려 영원히 ‘자주국갗의 면모를 갖출 수 없는 것일까? 물론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요인은 ‘국가의 힘’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경제, 정치적 상황만을 고려해 미국의 편에 선다면 우리는 영원히 ‘자주국갗,‘주권국갗로써 설 수 없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어느 때 보다 자주적인 정부의 태도가 절실한 때이다.

/ 김정욱 기자 kjw0304@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