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과 동시에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곧 졸업이 다가온다는 뜻이다. 필자는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는 학생이다. 졸업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기분이 묘하다. 홀가분하면서도 미련이 남는다. 가끔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한다. 아마 학교에서 보낸 시간이 2년밖에 되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필자는 작년 3월, 편입으로 이 학교에 들어왔다. 처음 기숙사에 와서 짐을 풀며 든 생각은 ‘어떡하지’였다. 낯선 곳에서 버티기엔 친구도 없고, 소속된 곳도 없었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건 후에 만난 룸메이트 언니뿐이었다. 같은 편입생이었던 언니는 학교에 대한 정보를 알려줬다. 편입생은 다른 학생들보다 정보 얻기가 어려웠는데, 언니가 도와줘서 의지가 됐다. 하지만 언제까지 언니에게 의지할 수는 없었다. 혼자 살아남는 법을 터득해야 했다.

3학년 2학기가 되고, 친구를 만들자 다짐했다. 평소 사진에 관심이 있어 중앙 동아리에 들어가 친구를 사귀고, 학과 학술제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전까진 이방인이라 느끼며 살았는데, 여러 활동을 통해 제법 이 학교의 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별 탈 없이 3학년을 마치고 4학년이 됐다. 동아리에서 임원진을 맡게 됐고, 운 좋게 기회가 생겨 학보사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하게 됐다. 친구가 없어 걱정했던 일이 무색하게 아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그럴수록 학교에 남아있고 싶었다. 아직 해보지 못한 것들이 가득한데 졸업이라니. 그래서 일부러 듣고 싶은 강의 위주로 담고, 과 동아리도 들어갔다.

원래 마지막 학기는 취업 준비를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학교생활을 놓칠 수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겨서 그런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고 싶었다.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정이 들었다. 친한 동생들이 필자의 졸업을 아쉬워하는 만큼 아쉬워진다. 농담처럼 듣던 5학년까지 다니란 말을 그냥 넘길 수 없게 됐다. 잠깐 ‘5학년을 다닐까?’ 했던 적도 있다.

그래도 졸업은 해야 한다. 지금까지 아쉽다는 얘기만 잔뜩 늘어놨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아쉽진 않다. 충분히 즐겼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듣고 싶던 강의도 잔뜩 들었고, 동아리 활동이나 학과 생활도 열심히 했다. 또, 학보사 덕분에 학교에 대한 정보를 놓치지 않게 됐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어떡하나’에 대한 걱정이 씻겨 나갔다.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은 2년이었다. 이 정도면 알차게 보냈다고 느낀다.

필자와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고민은 하되, 그 시간이 더 길어지기 전에 일단 도전해 보라고 하고 싶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게 되면 그 경험이 값지게 느껴진다. 아쉬움이 남아도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게 된 이유는 지난 시간 동안 값진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학기, 인생에 다시는 없을 대학에서 멋지게 졸업하는 법이란 이런 게 아닐까?

/이연희 사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