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김용범 기자

MZ세대의 인기 간식거리인 탕후루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2023년 들어 탕후루가 간식으로서 대단한 인기를 보이고 있다. 특히 달달한 맛과 바삭한 식감이 10ㆍ20세대에서 각광받으며 올해 2월만 해도 전국 50여개에 불과했던 점포 수가 5개월 만에 300여개로 증가했다. 그러나 높아진 인기와 함께 건강, 쓰레기 문제 등이 대두되며 ‘노 탕후루 존’까지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탕후루(糖葫蘆; 糖葫芦, 당호로)는 산사나무 열매나 작은 과일 등을 꼬치에 꿴 후 설탕ㆍ물엿을 입혀 만드는 과자다. 말리거나 얼리는 과정을 거치는데 얼려서 만든 탕후루를 빙탕후루(冰糖葫蘆; 冰糖葫芦, 빙당호로)라고 일컫는다.

탕후루가 등장한 시기는 10세기경 당나라가 멸망하고 송나라가 등장하기 시작한 때로 추정된다. 역사학자들은 거란족의 국가인 요나라 사람들이 먹던 간식이 북송에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몽골계 유목민족으로서 내몽골 및 만주 지역에 거주하던 거란족들은 야외에서 썩기 쉬운 과일을 보존하려면 녹인 엿을 과일에 발라 말리거나 얼려야 했다. 이것이 발전해 현재 탕후루의 모습을 갖춘 것이다.

전통적으로 중국의 탕후루는 산사나무의 열매로 만들었으나 현재는 딸기, 감귤, 포도 등 다양한 과일로도 이뤄져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드나 중국 현지에서는 당근, 대파 등의 채소나 식용 곤충으로 만든 탕후루도 볼 수 있다. 어떤 식재료를 활용하든 설탕과 물엿을 발라 굳히는 과정은 빠지지 않는데 이것이 건강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의사들은 과일 자체가 당분이 이미 높은데 여기에 설탕ㆍ물엿 등을 추가하니 건강에 좋을 리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탕후루의 칼로리는 100g당 70~100㎉를 형성하고 있다. 시중에서 많이 팔리는 포도(60㎉), 배(51㎉), 사과(57㎉), 단감(44㎉) 등 보다 두배 가량 높다. 몸에 들어온 당분 가운데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남은 당은 지방으로 바뀌어 간에 저장된다. 이렇게 간에 쌓인 지방의 양이 간 무게의 5%를 넘기면 지방간으로 분류된다. 또 탕후루를 코팅한 설탕 속 포도당은 혈액 속에 녹아든다. 이때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남은 포도당이 혈액을 떠돌며 혈당 수치를 높여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

설탕을 열에 녹이는 과정에서 흔히 ‘당 독소’가 발생하기도 한다. 당 독소라고 불리는 최종당화산물(AGEs)은 당과 단백질이 뜨거운 온도에서 결합해 변성된 산물이다. 당 독소는 탕후루를 먹고 과잉 섭취한 당이 핏속에서 떠돌다 핏속 단백질과 붙어 만들어지기도 한다. 당 독소는 스스로 분해되지 않아 세포 내 다양한 효소와 결합하는데 세포의 활성도를 억제한다. 또 면역세포와 신경세포에 염증을 일으킨다.

건강뿐만 아니라 탕후루로 발생하는 쓰레기도 문제다. 탕후루를 꽂은 나무 꼬치와 탕후루를 받치는 종이컵은 부피도 클뿐더러 일반쓰레기라 처리도 어렵다. 또 날카로운 나무 꼬치에 찔려 부상을 입을 위험성도 존재한다. 길거리에 무단으로 투기된 탕후루 쓰레기는 당연히 문제 시 되지만, 따로 쓰레기통을 마련해 두더라도 미관상 좋지 않아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

탕후루의 설탕이 녹아 바닥에 눌러 붙는 점도 불편함을 유발한다.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 탕후루 판매점 근처에서 양말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씨(63)는 “한 마디로 짜증나죠. 온 바닥이 찐득찐득해진다니까요”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는 “멀쩡히 장사하는 걸 내가 뭐라고 할 수도 없다”며 “손님들이 탕후루 꼬치를 들고 가게로 들어오려고 하면 못 들어오게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박씨처럼 탕후루 찌꺼기에 시달린 나머지 ‘노 탕후루 존’을 내건 점포들도 늘어나고 있다. 피해 사례가 너무 많다 보니 근본부터 잘라내겠다는 처사다. 한 점포에는 ‘떨어지는 탕후루 한방울에 직원 눈에는 눈물 한방울’이라는 문구를 써 붙여 눈길을 끌고 있다. 점주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생도 피해를 받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이에 탕후루 판매 점주들도 해결책 강구에 나서고 있다. 서울 용산구의 한 탕후루 가게는 ‘탕후루 쓰레기를 주변 상가나 거리에 버리지 말아 주세요’라는 공지문을 내걸기도 했다. 가게 업주는 “탕후루 쓰레기를 거리에 그대로 버리고 가는 사례가 많다보니 주변 상인들의 항의도 늘고 있다”며 “따로 쓰레기통도 배치하고, 손님들에게 쓰레기는 매장으로 반납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와 마찬가지로 홍대거리에서 탕후루 점포를 운영하는 왕모씨(62)는 “아무리 신경써서 치우더라도 손님들이 이동하면서 먹고 버리는 쓰레기까지 어찌할 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책임이 따르지 않는 잠깐의 유희가 몸은 물론이고 상권까지 병들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