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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취미의 역사
안디모데 기자  |  elahep1217@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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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9.23  04: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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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취미가 뭐냐고 물어 올 때면 쉽사리 대답하기 어렵다. 딱히 운동을 좋아하지도 않고, 책을 잘 읽지도 않는다. 굳이 말해야 한다면 난 영화감상을 입에 올린다. 한번 꽂힌 감독의 영화들을 쭉 찾기도 하고 소위 ‘명작’이라는 작품들을 보고 해석을 읽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가 진정한 취미라고 느낀 적은 한번도 없다. 내가 생각하는 취미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도 느긋하게 할 수 있는 행위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그 자체에만 몰입할 수 있는 것. 이런 점 때문에 영화는 내게 취미보다는 공부에 더 가까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생각해 보니 첫 취미는 레고였다. 외동으로 태어나 집 안에서 홀로 놀 적이 많던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놀이였다. 레고를 사가지고오면 집에 도착하자마자 밥도 먹지 않고 조립에 열중이었다. 그러다 부모님께 혼난 적도 있었지만 그것마저 행복했다.

레고사랑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됐으나 중학교에 들어서고 나서는 점점 눈길에서 벗어났다. 당시에는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의 인기가 최고조에 달했었다. 교실에 들어서면 주위에서 게임 이야기로 가득했다. 중학교 1학년 학기 초만 해도 컴퓨터 게임을 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했다.

만나는 애들마다 “너 롤해?”라는 질문을 받았고 ‘대체 롤이 뭔데 이 말만 하고 다니는 거지?’라는 생각에 친구로부터 게임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접한 게임은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피시방에 가고, 집에 와서도 컴퓨터를 붙들고 있었다. 부모님 몰래 방에서 게임을 할 때는 혹여나 들킬까 봐 두근거렸던 것이 기억난다. 게임을 시작하니 친구들도 사귀었다. 내성적이라 먼저 다가가는 법이 없었던 내게 처음 보는 친구가 게임 이야기를 걸어오면 금세 말문이 트이면서 쉽게 친해졌다. 지금까지도 만나는 중학교 친구들은 하나같이 다 같이 게임을 하던 녀석들이다.

이렇게 좋아하던 게임이 고등학교를 가니 걸림돌이 됐다. 입시에 대한 압박이 나날이 다가오지만 게임이 눈앞에 아른거렸고 공부에도 방해가 됐다. 결국 나는 게임 아이디를 친구에게 주며 게임과의 안녕을 고했다. 그렇게 게임이라는 취미를 잃었다.

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고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날로 쌓이면서 이를 해소할 새로운 취미가 필요했다. 그때 샤프가 눈에 들어왔다. 툭하면 심이 부러져 막히기 일쑤였던 천원짜리 검은색 제도샤프였다. 좀 더 비싼 샤프를 사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하나둘씩 샤프를 사다 보니 공부하는데도 일종의 도피처가 생겼다. 샤프를 고르고 쓰는 행위 자체가 재밌었다. 나름대로 공부에 방해받지 않는 취미를 찾은 셈이었다.

이 취미가 오래가지는 못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샤프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 자연스레 관심은 멀어져 갔다. 이때부터 취미가 없는 삶이 시작됐다. 코로나19로 강의가 전면 온라인으로 진행되니 수업이 끝나고 나면 낮잠을 자거나 핸드폰을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이런 일상은 입대 후에도 계속됐다. 군대에서 운동을 매일 했지만, 취미보다는 나 자신에게 내린 숙제에 가까웠다. 기타를 배워보기도 했으나 일주일을 가지 못했다. 복학하고 난 첫 학기까지도 취미가 없는 삶은 지속됐다.

올해 초 운이 좋게 몰고 다닐 수 있는 차가 한 대 생겼다. 평소 차를 좋아하던 나에게 첫차는 너무 설레게 와 닿았다. 차가 생긴 이후로 굳이 나갈 일이 없어도 먼 카페에 가거나, 새벽에 갑자기 바다를 보러 가기도 했다. 어디로 간다는 것보다는 ‘운전’ 자체가 목적이었다. 나만의 공간에서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으면 자유로워지는 기분이 든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노래방을 열기도 한다. 바쁜 일이 있어도 차 안에 있을 때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누군가 취미를 물어본다면 이제는 정확히 답할 수 있다. 내 취미는 운전이다. 

 

 

/안디모데 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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