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며 야당은 더 큰 혼란에 빠질 전망이다.

지난 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찬성 149표, 반대 136표, 무효 4표, 기권 6표로 정족수인 148명을 넘겨 가결됐다. 해당 체포동의안은 백현동 특혜 의혹과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혐의에 따른 검찰의 구속영장으로 제출된 것이다. 2월 27일 첫번째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이후로 약 7달 만이다. 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민주당이 168석의 국회 의석을 차지했음에도 달리 찬성이 과반수를 넘겨 이목을 끌고 있다. 국회는 21일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쳤다. 표결에는 재적의원 298명중 295명이 참석했으며 단식하다 입원중인 이 대표, 미국 방문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 수감 중인 무소속 윤관석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참석했다. 체포동의안 가결 요건은 출석의원의 과반인 148명으로, 가결 정족수보다 1표 더 많은 149명이 찬성에 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10명에 그동안 찬성 입장을 보인 정의당(6명)과 시대전환·한국의희망(이상 1명) 및 여권 성향 무소속 2명이 찬성했다고 가정한다면, 민주당에서는 29명이 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첫번째 체포동의안과 다른 결과라 혼란을 낳고 있다. 2월 27일 접수된 체포동의안은 성남 FC 후원금 논란과 푸른위례프로젝트 관련 논란, 대장동 개발 사업 논란에 따른 검찰의 구속 영장으로 제출됐다. 당시 총원 300명중 의원직을 박탈당한 이상직 전 의원과 구속 중이었던 정찬민 의원, 무소속 김홍걸 의원이 불참하면서 297명이 투표했다. 통상적으로 국무위원을 겸직하는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추경호 경제부총리, 박진 외교부장관, 권영세 통일부장관까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표결 결과 찬성 139표, 반대 138표, 무효 11표, 기권 9표로 10표 차이로 과반을 달성하지 못함에 따라 부결 처리됐다.

비록 부결됐으나 민주당 의석에서 30명가량이 이탈함에 따라 지지자들 사이에선 논란이 됐다. 민주당과 척진 국민의힘과 정의당, 시대전환,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전부 가결에 투표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최소 민주당과 친민주 무소속에서 18표의 가결표가 나왔다. 친민주 무소속까지 제외하더라도 민주당 내에서 최소 11표의 가결이 발생한 것이므로 일부 지지자들은 당내 결속력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 우려는 7달 뒤 현실이 됐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개표 후 본회의장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의 안위를 위해서 부결로 투표한 의원들 외에도 상당수 의원들의 이반이 있는 것”이라며 “이 대표가 (부결을 호소하는) 필사적인 메시지가 사실 패착이고, 박 원내대표가 부결 쪽으로 읍소를 했는데도 안 통했다”고 전했다. 이어 “(당이) 쪼개진다는 이야기도 나올 것”이라며 “부결을 희망하던 세력들은 가결표를 던진 사람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으로 한동안 갈 것이고, 소위 강성 지지층 ‘개딸’들은 (수박) 색출 작업에 들어가면서 서로 상처를 주는 일들이 어마어마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회 근처에서는 분노한 이 대표 지지자들이 국회 난입을 시도해 국회의사당역 1·6번 출구가 폐쇄되기도 했다.

한편, 같은 날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도 가결됐다. 해당 안은 찬성 175명, 반대 116명, 기권 4명으로 통과됐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과 달리 민주당 계열 의원들의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진 셈이다.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것은 이번 체포동의안과 마찬가지로 헌정사상 처음이다. 지난 정일권·황인성·이영덕 총리의 해임건의안은 부결됐으며 김종필·이한동·김황식 총리 해임건의안은 기한 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폐기됐다. 윤 대통령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무위원 해임 건의도 거부한 바 있다. 이번 건의안도 마찬가지로 수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표는 26일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적용되는 혐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범죄가중법)상 제3자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위증교사 등이다.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 당대표직을 유지하면서 ‘옥중 공천’을 강행할지, 궐위로 인한 비상 상황임을 선언하고 비대위 전환을 할지 그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21일 오후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는 체포동의안 가결에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며 격변을 예고했다.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21일 “방탄을 위한 그 어떤 꼼수도 법치를 피해 갈 수 없음이 증명됐다”며 “민주당은 이제 환골탈태의 모습으로 국민께 그동안 보였던 행태에 대해 속죄해야 한다”고 공식 논평했다. 반면 민주당은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 일러스트 김용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