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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나는 시간 여행자다
강호빈 부장기자  |  20192504@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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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11.04  07: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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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은 늘 어지럽다. 뇌 속에서 수많은 생각과 상상들이 얽히고설킨다. MBTI ‘N’의 순도 100% 뇌를 보여줘야 한다면 내 뇌를 그대로 꺼내면 될 것이다. 그 수많은 생각과 상상 중 내 나이 23살 중 머릿속에서 가장 오래 그리고 많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놈이 있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바로 이놈이다. 참 유치하고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는 걸 알지만 내 뇌 속에 이놈의 자리를 빼는 것은 쉽지 않다.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 함께 가지 않을까 싶다.

대학 와서는 늘 학기 말 성적을 확인하고 타임머신을 타고 싶어진다. 왜 시험기간에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왜 과제를 깜빡했을까, 왜 귀찮다고 자체 휴강을 때렸을까 이런 후회들이 모여 나만의 타임머신을 타고 떠난다.

이 타임머신은 눈만 감으면 출발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학기 초반으로 갔다. 그렇게 과거로 돌아간 나는 ALL A+의 성적을 받고 당당하게 과탑에 오르며 모두의 부러움을 산다. 또 그 덕에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부모님께 나름 최고의 효도를 선물해 드렸다.

이 여행은 몇분 혹은 몇십분 만에 끝이 난다. 양 눈꺼풀만 열리면 나만의 초호화 여행은 금방 짐을 싸고 돌아와야 한다. 여행이 끝나면 허무함과 후회만이 남는다. 이 여행의 가장 큰 문제다. 그 쓰린 마음을 붙잡고 후회를 하고 다짐한다. 이 여행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나의 타임머신 첫 여정은 초등학교 4학년 때다. 야구부 활동을 하던 나는 타석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오면 더그아웃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타석에 올랐다. 그곳에서 나는 10할 타자였다. 그 여행을 마치고 실제 타석에 올라서면 늘 좋은 결과가 도출됐다. 이 경험이 날 지금까지 끌고 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 타임머신이 날 최고로 만들어 줄 수 있을지 알았다. 그러나 그 여행은 단지 날 점점 패배의식으로 끌고 가기만 했다. 야구를 그만두고 다른 영역과 분야에서는 큰 소득을 보지는 못했다. 현실은 목표 달성에 실패지만 나만의 타임머신 여행으로 느낀 결과를 실제로 혼동하기까지 했다. 그 달콤함이 좋아 타임머신만을 찾았으며 정말 현생과 상상의 경계가 허물어져 갔다. 위에서 말했듯 ‘이 여행은 앞으로 없을 것이다’라고 다짐하지만 인간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또 타임머신을 타고 현실을 부정한다.

이 심각성을 느끼고 나만의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정말 눈 감았다 뜰 새도 없이 바쁘게 사는 것이 나름 최고의 해결책이었다. 또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타임머신에 발도 들이지 말자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그러나 인간은 참 간사하고 체력도 무한이 아니다. 매일매일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번아웃이 왔다. 나는 또 다시 구석탱이에 박아놓은 타임머신을 찾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타임머신 여행은 나를 극락으로 보내기 충분했고 그 쾌락에 다시 돌아왔다. 또 ‘군대’라는 곳이 나를 이 여행에 다시 중독되게 만들었다. 남자들은 알 것이다. 군대라는 곳이 생각보다 혼자 공상에 빠질 수 있는 시간이 엄청 많다. 덕분에 수많은 여행을 떠나고 왔다.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다른 사람들도 나의 ‘타임머신 여행’ 같은 것이 있는지 말이다. 여러분들도 시간여행이 가능하신가요?

 

/강호빈 취재부 부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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