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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의 인문학] 영혼 윤회설 믿었던 신비로운 수학자, 피타고라스 콩 먹으면 영혼 윤회의 생명 법칙 깨진다고 믿어물고기에서부터 철학자까지 모두 한형제라 믿어 양털 옷 안 입고 풀로 만든 샌들 신은 피타고라스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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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11.04  07: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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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자연사 박물관 외관을 장식하고 있는 역사적 인물들 가운데 한 명이 바로 서양의 수학과 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피타고라스이다. 그의 영어 이름이 새겨진 현판 양쪽에서 당당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그의 조각상들이 인상적이다.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지난 시간에는 ‘피타고라스의 정리’ 및 무리수의 발견과 관련된 일화를 소개했다. 이번에는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수학과 서구 철학에서 의미하는 바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후대의 기하학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이전까지는 빗변의 길이가 3, 4, 5의 비율로 이뤄지면 직각 삼각형이 탄생한다는 경험적 사실만 알려져 있었다면,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기하, 즉 도형과 관련해 일정한 법칙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증명됐음을 의미했다. 이 때문에 피타고라스의 수많은 후학들은 기하학에 있어 또 다른 법칙 발견에 나섬으로써 원의 둘레 및 면적을 구하는 공식은 물론, 정사면체, 정육면체, 구형, 원기둥 등의 부피를 구하는 방법까지 고안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수학에 한한 것이었을 뿐,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서양 철학에 있어서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며 굵은 획을 긋게 된다. 20세기의 위대한 서양 철학자였던 영국의 버트란트 러셀은 수학에서의 다양한 정리와 공리가 결국에는 영원하고 정확한 진리에 대한 믿음을 발생시킨 주요 원천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플라톤은 신이 기하학자라고 말한 적이 있으며 이상적인 완벽함을 의미하는 ‘이데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완벽하게 둥근 원과 같은 기하학적 형상을 떠올릴 것을 주장했다. 이와 함께, 20세기 초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였던 영국의 제임스 진스 경은 신이 수학에 빠져 있다고 믿은 바 있다.

그렇게 수학에 있어 최초의 정리를 발견하며 서양 철학사에도 깊은 발자국을 남긴 피타고라스는 특이하게도 영혼 윤회설을 믿었다. 영혼 윤회설이란 영혼이 불멸의 존재이며 다른 생물로 탈바꿈해 환생한다는 것. 이에 따라 생명을 가진 것이라면 무엇이든 일정 주기로 순환하는 변화 속에서 다시 태어나며 지구상에서 새로운 생명은 없다는 사상이 그를 사로잡았다. 그리하여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어떠한 형태로든 다시 태어나기에 물고기에서부터 철학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형제 관계로 맺어진다고 믿었던 그는 영혼이 생명들 사이를 이동할 수 있다며 동물과 교감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불어 육식보다는 채식을 권장했던 그는 양털와 같은 동물성 옷의 착용을 피했으며, 신발은 파피루스와 같이 식물을 이용한 샌들만 착용했다.

더불어 그가 금기시한 계율 가운데 하나는 바로 콩의 섭취를 금하는 것이었으니 이유는 콩이 생명의 윤회를 방해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따라서 만일, 콩을 먹고 싶은 제자가 있다면 그는 피타고라스 교단을 떠나야만 했다. 이처럼 다소 특이한 행위의 금지를 요구하는 규율들은 그의 수학 능력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합리적인 동시에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당시 그리스에서는 합리주의와 신비주의가 대립하고 있었는데, 피타고라스는 양자 모두를 적절히 취했다. 그런 까닭에 그의 신비주의는 평범한 신비주의가 아닌, 지성적인 신비주의로 불렸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단히 폐쇄적이며 끈끈한 유대 관계를 형성했다. 자연히 학파 내부에서는 다양한 규율들이 결속력과 연대를 다졌으며 그 가운데에서는 지금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것들도 다수 존재했다. 다음은 오늘날까지 전해져 오는 일부 규율들이다.

떨어뜨린 물건을 줍지 마라/빵을 쪼개어서 나눠주지 마라/한 덩어리의 빵을 다 먹지 마라/고기의 심장 부위는 먹지 마라/큰 길로 다니지 마라.

피타고라스의 수학적이면서도 신비주의적이었던 면모는 수학과 철학, 신학적인 요소들을 아우르며 그리스와 로마, 중세를 거쳐 칸트에 이르는 근대 시기까지 서구 철학의 특징을 형성했다. 피타고라스 이전에 등장했던 또 다른 신비주의 종교였던 오르페우스교는 아시아의 여타 유사 종교와 비슷하게 신령스러운 면모를 유지했다. 하지만 피타고라스에서 유래한 영원불멸의 세계에 대한 열망과 동경은 이후 플라톤, 성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데카르트,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 칸트 등을 통해 끊임없이 발전적으로 이어지며 법칙과 논리, 체계와 합리성을 강조했던 서구 철학의 특질을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피타고라스의 최후에 대한 이야기를 끝내고 본격적인 숫자 오디세이를 떠나보도록 하겠다. 더불어 그 첫 번째 숫자 오디세이의 출발점은 바로 수학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며 없음이자 무한함을 의미하는 아라비아 숫자, ‘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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