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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 강원 문학, 봄의 표상 <관동별곡>의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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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3.01  08: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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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개 중세 사대부 시인은 문학예술인요, 정치가였다. 유교 이념이 지배하던 시대에 사대부에게는 ‘수기(修己)’와 ‘치인(治人)’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고 권리가 아닌 책무였다. 이들은 하늘의 원리와 이법을 자연에서 발견하여 그곳을 수신의 도량으로 삼았으며, 때를 만나면 현실에서 치인의 업을 행복한 실천으로 여겼다. 이런 까닭에 사대부 시인은 둘 사이에서 변모하는 자아로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강호자연과 정치현실, 이 두 세계가 조화로울 때 자아는 번민과 갈등에서 해방되겠지만 균열과 모순이 전제될 때 자아는 번뇌와 고통에 침잠하게 된다. 전자의 경우 시인은 조화로운 세계가 가져올 풍요와 안정의 포괄적 질서를 낙관적 세계상으로 점묘하고, 후자의 경우 분열과 혼돈이 몰고 온 무질서를 비관적 세계상으로 서정화한다. 더욱이 두 세계의 모순은 쉽게 초극될 수 없게 되었을 때 자아는 내면의 심연에 비장감을 담고, 요행히 극복되게 되면 양방향으로 우아의 드러냄으로써 비장과 우아의 표준을 지키게 된다.

양자의 사이를 넓고 깊게 왕복 질주를 시도한 이는 송강 정철이다. 그는 한시, 가사, 시조 등에서 다양한 자아들을 통해 숭고와 맞닿는 우아와 비장미를 드러냈다. 특히 그의 가사는 가사를 전대 가사 개척자들의 토양 위에서 언어적 심미적 세련미의 정점에 올려놓았다. <면앙정가>, <만분가>, <관서별곡> 등에서 탈태하여 <성산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 등에서 최고의 경지를 보여주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주목할 작품은 봄에 노래한 <관동별곡>이다. 이 작품은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지역인 관동팔경을 돌아보면서 느낀 소회를 화려한 언어와 깊은 성찰로 보였다. 동안 깨달아 과정을 보는 것 역시 이 작품만이 갖는 재미이다. 자연미, 사람미, 관계미의 미학적 전제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사미인곡>의 ‘병’을 <관동별곡>에서는 강호의 ‘병’으로 형질을 변경하여 서사부터 성은, 연군, 선정 등을 선언적으로 노래한다. 이후 자연미의 발견 과정에서 즉물적 인식과 정서적 깊이는 당대 시인과 다른 국면이라 할 수 있다. 윤리적 긴장감과 절제된 미의식에서 벗어나 현실의 자연에 더 가까이 다가가 집중하여 풍부한 상상력을 통해 자연을 묘사한 점은 표현 형식적 측면이 이룬 성취이며 미덕이라 할 수 있다.

전대 사대부가 수묵화처럼 담담하게 묘사한 것에 비해 그는 담채화와 같이 입체적이고 다채롭게 대상을 그려 놓았다. 비분절 음운을 활용한 생동감, 모음조화를 활용한 유려한 곡선감, 통사 구조의 병렬이 주는 확장성, 동일 의미를 가진 대상의 변주적 다양함, 강조·변화 등에서 비롯한 화려함, 그리고 여정을 과감히 생략하여 시적 전개의 역동감 등이 그 특징들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어울림이 작품을 완벽한 미적 구현체로 2024년 봄에도 우리 곁에 남게 되었다.

 

/김명준 국어국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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