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대학 정문 앞에서 교내 성폭력 사건 시위를 하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사진 박도협 기자

하루아침에 교내 성폭력범으로 몰린 A씨 측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건은 2018년 3월 20일 오전 9시에 발생했다. 전날 개강 총회로 만취한 A씨와 부축하던 B씨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만취한 A씨는 잠에서 깨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 B씨를 손찌검하고 핸드폰을 부쉈다는 주변인들의 말을 듣고 해당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연락했고 “나 안다쳤는데..” “진짜 괜찮으니까 다음부터 그러지마” 등의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며칠 뒤 A씨는 우리 대학 양성평등상담센터에서 B씨로부터 성폭력 신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됐다.

B씨는 자연과학관 1층 남자화장실 앞에서 팔을 붙잡아 화장실 안으로 데리고 가려 했으며 거부하자 목을 조르고 헤드락을 걸어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B씨는 A씨에게 1년 휴학과 부모님 사과, 대자보 부착, 사과 편지 등을 요청했다.

A씨는 해당 사건을 ‘성폭력’으로 규정하기에는 과하며 본인의 행동이 성폭력과 관련되지 않았음을 B씨도 인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B씨는 같은 수업 수강과 학과 내 모든 활동 참여를 금해 공간 분리를 해달라고 재요청했다. A씨는 “이러한 요구는 실질적인 휴학과 다를 바 없다”며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양성평등상담센터에서 사건을 담당하는 C교수는 그에게 군 입대로 모든 조건을 대신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승낙한 A씨는 휴학을 신청했고, 행정 처리가 완료되자 서류를 발급받아 제출하려 상담센터를 방문했다. 그러나 이때 양성평등상담센터로부터 기존에 승낙한 내용과는 다른 확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받았다.

확약서는 A씨를 가해자로 규정하며 이 사건을 ‘성폭력 사건’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더불어 애초 제안 받은 군 입대로 모든 제안을 대체하는 것과 달리 3년 후에서야 복학이 가능하다고 변경돼 있었다. A씨는 휴학 처리가 완료된 상태였고 서명하지 않을 시 학교생활을 이어 나갈 수 없을 거라 판단해 확약서에 서명했다.

군대를 전역한 A씨는 자신이 성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으며 확약서 역시 본인을 속여 작성된 문서이기에 2020학년도 2학기에 복학을 결정했다. 사건은 잠잠해지는 듯했으나 같은 해 11월경 A씨가 출마한 단과대 학생회장 선거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 A씨를 간접 언급하며 선거 출마에 의문을 제시하는 글이 올라온 것이다. A씨는 이를 뒤늦게 알게 된 후 해당 글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며 후보직을 사퇴했다.

B씨는 확약서에 정해진 기한보다 먼저 복학을 하고, 공청회 자리에서 성폭력을 부인했다며 A씨를 2차 가해로 재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우리 대학은 성폭력대책위원회(성대위)를 열어 A씨에게 사과와 3학기 이상의 휴학을 결정했다. 또 확약서 내용을 이행하지 않아 가중징계가 필요하다 판단해 학생지도위원회(학지위)에 징계를 요청했다. 학지위는 A씨에게 무기정학 및 2회 이상 자필 반성문 제출을 의결했다.

A씨는 학교의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며 징계 처분 취소를 청구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이후 학교 측이 증거자료로 제시한 서류들과 CCTV 영상을 확보해 학교의 사건 조사와 행정 처리에 문제가 있다며 항소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법영상분석연구소에 사건 당시 CCTV 영상 분석을 의뢰했다. 연구소는 해당 CCTV 화면상 두 인물의 행동은 통상적인 실랑이에 가깝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고, A씨는 이를 항소심의 증거자료로 제출했으나 패소했다.

A씨 측은 사건 처리와 재판 과정에서 학교 측 입장 번복 및 주장들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재판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학교에 성폭력 여부 및 재판 과정 속 주장에 대한 명확한 해명과 답변을 요구했다.

한편 A씨 측은 지난해 7월부터 우리 대학 정문과 춘천 시내 일대에서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