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예시와 간결한 서술로 시장 경제의 폐해 조목조목 짚어

  지난 세기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통해 물질적 풍요를 누려온 인류는 시장 원리만이 능사라는 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우리나라도 IMF 위기를 거치면서 ‘우리가 시장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진단 하에 온갖 힘을 기울여 ‘제대로 된 시장’을 만들기위해 노력했다. 시장은 정말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저자는 시장은 바람직한 개인의 삶을 제공하는가라는 물음을 제기한다.

  첫째, 시장 효율성의 결과가 우리의 삶을 그렇게 행복하게 만들지는 않았다는 이스털틴의 역설을 설명하면서 절대적 부의 증대가 아니라 상대적 격차의 감소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점을 들고 둘째, J. S 밀, 칸트의 ‘적극적 자유’개념에 입각해서 진정한 자유는 자기완성의 자유라는 입장을 취하면서, 노동의 상품화를 비판한다. 셋째, 시장이 본래의 영역을 벗어나 사회의 모든 영역을 지배함으로써 인간관계를 파괴한다고 주장한다. 이윤동기에 따라 작동하는 시장은 환경을 파괴하고 도덕률과 공동체적 삶을 파괴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시장원리 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저자는 사회적 신뢰를 통해 인간관계를 좀 더 윤택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민주주의를 진작시킨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공정한 시장이 형성되고, 지금까지 시장에 종속되어 있던 시민사회를 본래의 위치로 돌려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뢰를 통해 시장과 시민사회의 조화를 이루자는 말이다. 이러한 사회적 신뢰관계를 이루기 위한 조건들로 공정성과 정의 원칙의 확립은 필수이며 또한 이러한 정의 원칙은 영역별로 달리 적용돼야한다고 말한다. 경제영역에서는 능력의 원칙, 정치영역에서는 평등의 원칙, 사회화의 영역에서는 필요의 원칙을 내세운다. 이렇게 영역별로 정의원칙을 세우자는 구상이 신자유주의 시장사회를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시된다. 또한 구체적 사회공간에서 작동할 수 있을지, 원칙을 세울 수 있는 동의 절차는 무엇인지, 분배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의문시된다.

  시장에서의 합리적 행위는 부도덕하기 쉬운 상황이다. 특히 정보가 불완전하거나 불평등하게 유포돼 있는 경우가 특히 그렇다. 정보가 완전하게 유포된다면 시장에서도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세계는 다르다. 비도덕적으로 행동할 때 이익을 얻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매스컴을 통해 매일같이 시장경제의 폐해를 보고 있다. 맑스의 지적대로 시장은 우리에게 이미 ‘보이지 않는 주먹’으로 변해있지 않은가 싶다. 시장은 행복한 곳인가?

/ 학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