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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의 인문학] 숫자 ‘1’ 일컫는 많은 언어들 ‘ㅇ(이응)’ 포함 숫자 0에서 출발한다는 의미를 내포할 수도아라비아 수의 곡선은 사랑, 교차는 시련, 가로는 속박 의미해 … 숫자 1은 사랑과 시련, 속박이 전혀 없는 무생물, 즉 광물 의미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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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3.23  08: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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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의 아라비아 숫자는 상징체계를 이용해서 만들어졌다. 곡선은 ‘사랑,’ 교차는 ‘시련,’ 가로는 ‘속박’을 의미하기에 곡선과 교차, 가로획이 없는 숫자 1은 무생물, 즉 광물을 뜻했다. 1이 광물을 의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무에서 생물로 가기 위한 출발점이 광물인 까닭에서다. 사진은 1부터 0까지 아름답게 색칠해진 현대의 아라비아 숫자들.

드디어 숫자 0을 떠나 본격적인 ‘자연수(自然數)’ 여행이 시작됐다. ‘자연수’란 1부터 시작해서 하나씩 더하여 얻을 수 있는 모든 수를 일컫는다. 쉽게 말해서, 1, 2, 3과 같은 수들이 자연수들인 셈이다. 더불어 인류가 오랫동안 사용해온 가장 자연스러운 숫자이기도 하고. 물론 영어 명칭 또한, ‘natural number’, 즉 ‘자연수’이다.

각설하고, 자연수의 으뜸이자 시작 숫자인 1은 ‘원(영어)’ ‘이치(일본어)’ ‘이(중국어)’ ‘아딘(러시아어)’ ‘아인스(독일어)’ ‘우노(스페인어)’ ‘엉(un: 프랑스어)’ 등으로 불린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 국가의 언어가 모두 ‘이응’을 동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발음이 쉽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영으로부터 시작되는 첫 번째 수이기에 영을 탄생 근원으로 표현하고 있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그러고 보니, 우리말 1도 ‘일’이다. 결국, 0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1이라고나 할까?

참고로, 1부터 10까지의 아라비아 숫자는 이미 인도인들이 3000년 전에 창안했다. 더불어, 각각의 숫자들은 저마다의 상징체계를 지니고 있으며, 이들 상징체계는 인생의 역정(歷程)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숫자에 있는 곡선은 사랑을 나타내고, 교차점은 시련을 의미하며 가로줄은 속박을 뜻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 세로줄 하나로 되어 있는 숫자 1은 광물을 대표한다. 무생물로서 어떠한 속박이나 사랑, 시련도 없는 까닭에서다. 무(無)에서부터 탄생한 의식 없는 존재, 그것이 바로 1인 셈이다. 물질의 첫 단계로 존재하지만 그로부터 모든 물질들이 탄생하니 아라비아 숫자의 으뜸 자연수로서 참으로 적절하지 않을 수 없다 하겠다.

그래서일까? 숫자 1에 대한 기호는 어느 문명이나 대개 비슷하게 표현한다. 고대 이집트의 숫자에서 1은 수직으로 I이며 로마 숫자 역시, 똑같은 모양을 지니고 있다. 반면, 하나의 기호를 사용하긴 하지만 중국의 경우는 수평으로 기호를 눕혀 놓아 ‘一’로 표기하고 있다. 그런 숫자 1이 표현하는 세상에서 가장 위력을 발휘하는 분야는 종교이다. 이름하여 일신교와 다신교의 대립이라고나 할까?

돌이켜 보면, 세상에 신이 하나만 있다는 생각은 의외로 혁명적인 사고를 요구했기에 호모 사피엔스가 약 20만 년 전 지구상에 출현한 이후, 기원전 1350년경이 되어서야 나타났다. 말하자면 인류 역사상 99.9%의 시기는 신이 무수히 많다는 사고가 지배적이었다는 것이다.

일신교가 처음 나타난 곳은 역시, 수많은 신들이 살고 있는 고대 문명의 땅, 이집트였다. 고대 이집트 신왕조 시대인 기원전 1300년 경의 파라오 아케나텐은 이전까지 이집트 만신전에서 특별히 주목받지 못했던 아텐이 사실은 우주를 지배하는 최고의 권력이라고 선언했다. 아케나텐은 아텐 숭배를 국교로 삼았고 다른 모든 신에 대한 숭배를 저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종교 혁명은 성공하지 못했고 그가 사망한 이후, 아텐 숭배는 사라지면서 이집트는 다시 다신교로 돌아서고 말았다.

그런 의미에서 인류 역사상, 실질적으로 처음 등장한 일신교는 이스라엘 지역의 유대교였다. 하지만, 일신교로서의 유대교는 그 영향력을 스스로 유대 국가와 이스라엘이라는 좁은 지역으로 국한시켰기에 지역적인 일신론의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유대교는 특히, 다른 나라에 자신들의 믿음을 권장하지도 않았고, 유대 왕국이 존속하는 대부분의 기간 동안 선교도 하지 않는 배타적인 길을 걸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아이러니컬한 사실은 일신교에 관한 비약적인 돌파구가 기독교와 함께 도래했다는 것이다. 기독교 신앙은 나자렛 예수가 그들이 오래 기다리던 구세주라는 것을 유대인에게 확신시키려 했던 유대교의 한 분파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분파의 첫 리더 중 하나였던 타르수스의 바울은 만일 우주의 최고 권력이 수고롭게도 피와 살을 가진 존재로 육신해서 인류를 구원하려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면 이것은 유대인뿐 아니라 모든 인류에게 전파되어야 할 이야기이므로 예수에 대한 좋은 말씀-복음을 전 세계로 전파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유대교의 일개 분파에 불과했던 그리스도교는 바울의 주장 속에 인류애가 아직 등장하지도 않았던 척박한 땅에 씨를 뿌렸다. 기독교인들은 절제된 경건함 속에 예수님의 가르침을 솔선수범하는 도덕적 모범을 보이며 모든 인류를 향해 차별 없는 선교 활동을 광범위하게 조직하기 시작했다. 결국, 자그마한 유대교 분파에서 시작된 그리스도교는 서구 역사강 가장 강력했던 로마 제국을 접수하며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되기에 이른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아라비아 반도에 등장했던 또다른 일신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어느덧 3월 말이다. 이제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던 꽃샘 추위가 한풀 꺾인 느낌이다. 모두들, 봄의 기운을 만끽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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