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설명. 중세 유럽의 신화에 등장하는 유니콘은 ‘유니크’와 ‘콘’이 합성된 용어로 하나의 뿔을 지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림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도미니코 잠피에리의 1602년작 ‘처녀와 유니콘’으로 로마 파르네세 궁전에 있다.(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실로 오랜만이다. 지난 3월 말 이후, 무려 한 달만의 재회. 독자 여러분들의 기억을 환기시키기 위해 마지막으로 실었던 숫자의 인문학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본다면, 지난 호에서는 플라톤의 이데아 사상을 차용해 서양 중세의 교부철학을 확립했던 기독교의 역사에 대해 알아봤다. 플라톤이 이데아를 ‘The One’이라고 명명했기에 우리말에서는 이를 ‘일자(一子)’라 번역했다는 소개와 함께 말이다. 더불어서 중국의 도가 사상서인 「장자」에서도 우주를 일컫는 ‘대일(大一)’이라는 개념과 함께 그 반대로 가장 작은 단위로서의 ‘소일(小一)’을 거론했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번엔 그 후속편이다.

하나를 뜻하는 한자어로 ‘일(一)’, ‘단(單)’, ‘독(獨)’ 등과 같은 단어들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어에서도 하나를 의미하는 단어는 여럿이 존재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숫자 ‘원(one)’ 이외에도 ‘솔로(solo)’, ‘싱글(single)’, ‘유니크(unique)’, ‘얼론(alone)’ 등이 모두 하나를 뜻하는 용어들이다. 이 가운데 단어 ‘싱글(single)’의 형용사는 ‘싱귤러(singular)’인데 이는 ‘하나의’라는 뜻 이외에도 ‘특이한’ ‘주목할 만한’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단 하나만 존재하기에 ‘개성적’이라는 의미에서다. 그런 ‘싱귤러(singular)’가 ‘다시 특이할 만한 상태’라는 뜻의 명사형으로 바뀌게 되면 ‘싱귤래리티(singularity)’라는 단어가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특이점’으로도 번역되는 ‘싱률래리티’가 블랙홀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

사연은 이렇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블랙홀’은 항성이 폭발 이후에 수축되면서 생성된 것으로 빛을 포함한 그 무엇도 빠져나올 수 없는 무시무시한 중력을 지니고 있는 곳이다. 참고로 항성이라는 움직이지 않는 혹성을 의미하며 지구처럼 계속 움직이는 혹성은 행성이라고 한다. 그런 ‘블랙홀’은 실제로도 그 존재가 확인된 항성으로서 부피는 0에 가까우면서도 질량은 무한대에 이르는 특이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 특이성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뜻으로 천체물리학에서는 블랙홀을 일컬어 ‘singularity’(특이점)이라고 일컫는다.

독특하다는 의미에서 단 하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유니크’라는 단어도 그 쓰임새를 보면 상당히 인상적이다. 우선 유니콘과 관련된 동물로는 중세 유럽의 신화에 나오는 유니콘을 꼽아볼 수 있는데 머리에 뿔 한 개가 있다는 의미에서 하나를 의미하는 ‘유니크(unique)’와 뿔을 의미하는 ‘콘(corn)’이 합해져 탄생한 유니콘은 동아시아에서 ‘일각수(一角獸)’로 번역됐으며, 코뿔소에 대한 중국의 미신이 유럽에 와전되면서 탄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럽 중세의 전설에 따르면, 유니콘은 뿔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까닭에 최고의 검술을 지닌 기사와도 대적할 수 있지만, 오직 숫처녀 앞에서만 맥을 못 추고 처녀의 무릎에서 잠들어 버리는 버릇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우리에게 익숙한 ‘유니섹스’란 단어와 ‘유니클로’ 역시, 유니크를 어원으로 삼고 있다. 우선 ‘유니섹스’는 의상이나 헤어스타일 등에서 남성과 여성의 구별이 없어진 것을 의미하며 1956년에 미국의 성 과학자 솔로킹의 저서 「미국의 성 혁명」에서 처음으로 언급된 후, 패션계에서 크게 유행하며 하나의 장르를 형성하게 됐다. 또 일본에서 1984년에 탄생한 캐주얼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는 유니크와 옷을 뜻하는 ‘클로딩(clothing)’을 합친 합성어로 일본의 경제 불황 속에서 저렴한 상품을 내놓는 전략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덧붙이자면, 스파(SPA) 브랜드란 Sepcialty retailer(전문점), Private label(유통업자상표), 그리고 Apparel(의류)의 약자로서 한 회사에서 기획, 생산, 유통에 이르는 모든 업무를 빠르게 수행하는 업체를 의미한다. 이전까지의 추세는 두뇌에 해당하는 브랜드 회사에서 기획을 하고 그 기획안을 하청업체에 전달해 주면, 하청업체에서는 생산을 담당한 뒤, 다시 유통 전문 회사가 상품을 전담해 유통하는 형식으로 사업이 분업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시장을 따라잡기 위해 스파 브랜드가 탄생하면서 세계 의료 시장의 트렌드는 순식간에 스파 브랜드로 넘어가게 됐다.

현재 세계적인 스파 의류 브랜드로는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진 스페인의 ‘자라’ 스웨덴의 ‘H&M’ 그리고 일본의 ‘유니클로’가 3강을 형성하며 각축을 벌이고 있는데 ‘유니클로’의 2023년도 매출 규모는 네이버와 대한항공에 맞먹는 10조 원에 달하고 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학문 별로 숫자 1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벌써 여름이 시작된 느낌이다. 모두들 최고의 계절을 만끽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