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자벳 모스 캔터(Rosabeth Moss Kanter)의 『공동체란 무엇인가 - 사회학적 시각에서(Commitment and Community - Communes and Utopias in Sociological Perspective)』는 미국에서의 공동체 현상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본격적으로 연구한 책이다.

  미국에서는 1972년에 출간됐고, 한국에 소개된 것이 1983년이니까 오래된 책이다. 하지만 공동체 현상을 사회학적으로 다룬 책이 드문 한국적 상황에서 이 책은 아직도 새롭게 읽히고 있다. 최근에 공동체와 관련된 책들이 하나 둘 출간되고 있지만 공동체 이론과 실제를 이 책만큼 체계적으로 다룬 책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캔터는 먼저 19세기에 실험된 공동체 오나이더와 20세기에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트윈오우스크 공동체의 특징을 비교 설명하면서 공동체의 기원과 이상을 정리하고 공동체들의 독특한 생활 양식을 소개하고 있다. 이어 그는 19세기 공동체를 사례로 공동체에서 집단의 응집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되는 헌신 메커니즘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구한 뒤 재해, 환경 변화, 충원, 구조적 한계 등으로 인해 19세기의 공동체들이 몰락해 가는 과정을 묘사한다.

  다음으로 20세기의 공동체로 시선을 돌린 그는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는 개인의 자유와 집단의 응집성 추구 사이의 압력과 긴장 관계를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한편으로 은둔, 봉사, 도시 공동체 등 새로운 공동체들의 유형을 정리한다. 마지막으로 공동체적 실험들을 평가하면서 그는 어떤 공동체가 몰락했다고 해서 공동체적 실험이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공동체란 다른 생명체처럼 생겨났다가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고독과 소외라는 사회적 증세를 줄이고, 협동적·사회주의적 사업을 통한 경제적 불균형을 바로잡는” 대안적 방법을 사회에 제시해 준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직무교대제·공동작업·평등한 보상·결정에의 참여 등은 현대의 작업 조직화에 대안적 모델을 제시하고, 공동체적 생활 양식은 생산과 소비가 밀접하게 연결된 지방분권적 지역사회의 발전에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소규모 공동체들은 고립된 핵가족에 대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캔터의 연구는 공동체 현상에서 사회학적 주제들을 집어내고 논의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또한 수없이 생겨났다가 사라진 공동체들의 자료를 수집하고, 수많은 공동체들을 방문하며 때로는 실제 공동체 생활에 참여하면서 연구를 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만 하다. 그 노력의 결과로 책의 부록에 제시된 “19세기 성공한 공동체와 실패한 공동체의 헌신 메커니즘 보유 실태 통계”는 오늘날 공동체 연구자들의 길잡이가 되고 있고, 공동체적 삶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는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 원충연(춘천시민연대 지역사회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