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는 극한 경쟁을 향해 치닫고 있고, 사회주의의 사회변혁에 대한 실험은 이미 오래전 실패한 바 있다. 이에 사회부에서는 사회체제의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공동체’와 ‘공동체 운동’에 대해 알아보고, 이의 발전가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① 총론
② 공동체 운동의 이념과 정체성
③ 역사속의 공동체 운동 -기독교 공동체 역사
④ 한국의 공동체 탐방
⑤ 전망과 과제

Ⅰ.들어가는 말

  1990년대에 들어와서 기독교 내에서 보수적 교회이든 진보적 교회이든 ‘공동체’에 부쩍 관심이 늘어났다. 그리고 기독교가 아닌 타종교나 일반 단체에서도 미래의 대안으로써 공동체를 추구하고 있다. 저자는 초대교회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표적인 공동체 운동을 짚어보고, 기독교 공동체가 오늘날 한국 사회에 주는 의미를 고찰할 것이다.

Ⅱ. 초대교회: 공동체의 원형

  초대 교회는 코이노니아를 실천한 기독교 공동체의 원형이었다. 초대교회는 형제애를 나누고, 자발적으로 섬겼다. 성령의 능력이 임재해서 예루살렘 교회는 재산을 공유하고 각 사람의 필요에 따라 나누어 가난한 사람들이 없었다(사도행전 2:37-47). 성전과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던 예루살렘 공동체는 박해로 인해서 로마제국 전역에 퍼진다. 그리스도인들은 공동체적인 생활 형태를 지니면서 가정에서 모여 예배를 드렸다(고전 16:9; 롬 16:5; 골 4:15; 몬 2).

Ⅲ. 고대에 나타난 공동체 운동: 몬타누스주의자들

  A. D 150년 이후에 소아시아 프리기아 지방에서 일어난 최초의 교회 갱신 운동이었다. 성령의 사역을 새롭게 강조해서 ‘새로운 예언 운동’이라고 부른다. 임박한 재림을 강조하고 제도화한 교회에 반발하였다. 그리고 당시의 기존 교회가 반대한 순교를 강조했다. 그러나 몬타니즘이 임박한 종말론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신비주의에 치우쳤다.

Ⅳ. 중세에 나타난 공동체 운동

  중세의 대표적인 수도원은 베네딕트 수도원이다. 베네딕트는 ‘규율집’을 만들어 서방 수도원 운동의 기본적인 모습을 결정한다. 이 수도원에서 영구 거주, 순종을 강조했고, 육체노동과 기도를 중요시했다. 그리고 농업기술을 개발했다. 이곳은 학문과 교육의 중심지였고, 나그네가 묵는 여관의 역할까지 감당했다. 13세기에 들어와서 탁발 수도회가 타락한 수도원과 교회에 개혁을 일으켰다. 대표적인 예가 프란체스코 수도회이다. 프란체스코 수도회는 절대적 청빈을 이루기 위해서 탁발을 했으며, 민중 속에 뛰어들어 설교와 전도, 구제, 봉사에 힘썼다. 서방 수도원 운동은 이원론적 금욕주의에 치우치고 하나님의 은혜보다는 인간의 공로를 강조한다고 비판을 받지만, 중세 1천년 동안 초대 교회 공동체의 본질을 보전하고 계승하는데 기여했다. 왈도파는 비제도권에서 일어난 평신도 갱신 운동이다. 왈도파라는 명칭은 창시자인 피터 왈도에서 유래한다. 깊은 회심으로 재산을 나누어 주었고, 순회하며 설교했고, 복음서와 산상수훈에 따라 철저한 제자도의 삶을 살았다. 비폭력을 주장했고 국왕에 대한 맹세를 거부했다.

Ⅴ. 종교개혁기에 나타난 공동체 운동: 재세례파

  16세기 루터, 칼빈, 츠빙글리가 종교 개혁을 주도했을 때에, 개신교 안에서 철저한 종교 개혁을 시도했던 ‘재세례파’가 있었다. 확실한 신앙고백이 없는 세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유아세례와 성인 세례를 거부했고 다시 세례를 받아서, 반대파가 재세례파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재세례파는 ‘참된 교회의 회복’을 목적으로 두고 기독교 공인 이후 제도화한 국가 교회를 비판했다. 교회는 자발적으로 세례를 받은 신자들의 모임이고, 교회와 정부의 분리를 주장했다. 신학적인 논쟁보다는 산상수훈을 따라 제자도를 실천했고, 초대교회의 공동체적인 삶을 살았다. 전쟁을 반대하고 박해자에게 대항하지 않는 평화주의를 실천했다.

Ⅵ. 근대에 나타난 공동체 운동: 경건주의 공동체 운동

  경건주의는 17-19세기에 걸쳐 세속화한 기독교에서 기독교의 본질과 참된 교회를 회복하려는 운동이다. 경건주의는 스페너, 프랑케, 진젠도르프, 모라비안 교도, 웨슬리로 이어졌다. 여기에서는 지면 관계상 진젠도르프만 다루겠다. 진젠도르프는 모라비아 교도와 함께 헤른후트 공동체를 세웠다. 교회를 성령 안에 있는 하나님의 회중이자 상처받은 양의 무리들이라고 보았다. 중생보다는 공동체 안에서 체험을 강조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 사람들을 결속했다. 교회론의 기초가 작은 교회 유형이었고, 선교하는 공동체였다.

Ⅶ. 현대에 나타난 공동체 운동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생긴 프랑스의 떼제 공동체는 초교파적 공동체이다. 이들은 중세 수도원의 이상을 현대에 구현했다. 그리고 기존 교회의 형태를 띠면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시카고의 ‘레비플레이스 교회’와 워싱턴의 ‘구속주의 교회’가 있다. 남미에서는 기초 공동체가 있다. 이 공동체는 주로 가톨릭 교회에서 일어난 가난한 풀뿌리 공동체이다. 한국의 기독교 공동체로는 예수원(대천덕 신부), 두레마을(김진홍 목사), 동광원(김진호 선생), 은성 수도원(엄두섭 목사), 풀무원(원경선 선생) 등이 있다. 기존 교회 안에서 공동체를 지향하는 교회에는 제천의 송학 감리교회(엄태성 목사), 포천의 사랑방 교회(정태일 목사), 다일 교회(최일도 목사) 등이 있다.

Ⅷ. 나오는 말: 기독교 공동체의 사회적 의미

  지금까지 초대교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공동체 운동을 살펴 보았다. 제도권 운동이든 비제도권 운동이든 공통 목표는 ‘참된 교회의 회복’이었다. 그러면 현대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 공동체의 사회적 의미는 무엇인가? 기독교 공동체는 지역사회와 유대를 맺지 못하고 패쇄적으로 흐르고, 이단이나 사이비 집단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그러나 코이노니아는 하나님과 인간과의 사귐, 인간과 인간과의 사귐, 인간과 자연과의 사귐이다. 코이노니아의 실천은 영적, 심리적, 사회적, 우주적 영역에 미친다. 따라서 기독교 공동체는 부패한 한국사회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대안 공동체의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를 풀어갈 가능성이 있다. 기독교 공동체는 남한과 북한을 그리스도의 형제애로 묶어주는 심리적 통합에 기여하고, 오염된 생태계를 복원하는데도 기여할 것이다.

/ 고영목(NCD(자연적 교회 성장)출판사 집필·번역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