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 언제나 그 날이 되면 장애인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시선은 온화해지고 손길 또한 따스해 진다. 하지만 장애인을 대하던 따스한 손길과 시선은 그 날 뿐이다. 장애인은 그날 하루만 장애를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들은 1년 365일을, 평생을 장애인으로 살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날 하루만 장애인들의 어렵고 불편한 현실을 돌이켜보고 그날이 지나면 바로 잊고 만다.

  벌써 1년이다. 작년 1월 개통된지 6개월도 채 안된 오이도 역에서 장애인 수직 리프트가 추락해 그 안에 타고 있던 장애인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그 후 장애인들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외치며 불편한 몸을 이끌고 투쟁해 왔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그들에게 동사무소와 복지회관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마련해 주고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했다고 말한다. 그들은 정부가 만들어 놓은 길로 다니기 위해 장애인 이동권을 외쳤던 것이 아니다. 비록 몸이 불편해 외출이 쉽지 않더라도 언제 한번 맘먹고 나갔을 때 아무 불편 없이 여느 사람들처럼 다니고 싶은 것이 그들의 소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행동은 이동의 권리를 보장하기보다 그들의 이동거리를 더욱 분명히 제한해 놨다.

  또한 지난달에는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최옥란 여사가 자살했다. 37살인 그녀는 아들이 있었으나 이혼 후 경제력이 없다는 이유로 양육권을 빼앗겼으며 아들 또한 만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소득이 있으면 수급자가 될 수 없다는 말에 운영하고 있던 노점도 접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수급자로 받는 돈은 월 28만원이었고 그녀가 지출하는 돈은 교통비와 약값, 임대아파트의 관리비를 포함해 월 63만원이었다. 정부에서 주는 돈은 몸이 아파 치료까지 해야 하는 그녀에겐 약값 한 푼 쓸 수 없는 돈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녀는 아들을 찾기 위한 소송을 제기한 상태였다. 그 와중에도 그녀는 장애인 이동권과 함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수정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여 장애인의 권리, 아니 그들의 인권을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달 그녀의 병은 깊어졌고, 빚은 쌓여만 갔다. 아들을 찾기 위한 소송은 수급권마저 반납하기를 요구했던 것이다. 그녀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그나마 잡고 있었던 생명의 끈을 놓아 버렸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국민의 기초생활을 위한다는 사탕발린 말로 수급자를 유혹했지만 기초생활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이 법은 오히려 장애인들을 빚더미에 올려놔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 지금도 장애인들은 투쟁 중에 있다. 그들은 더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인간으로의 권리를 찾기 위해 그들은 이동조차 힘든 몸을 이끌고 투쟁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보다 그들의 요구를 대충 무마시키려 하고 있다. 5일 후면 장애인의 날이다. 올 ‘장애인의 날’에는 일시적인 관심과 사랑이 아니라 장애인들의 요구를 무시하는 정부의 행동에 장애인과 함께 우리의 따끔한 외침을 들려주는 것이 어떨까?

/ 최소영 기자 karida@hallym.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