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봄은 서울의 봄에 비해 아름답지 못하다. 새로운 계절을 만나면 꽃과 나무로 활기를 찾는 서울과 달리 베이징은 근본적으로 토질 등의 자연여건이 좋지 못해 식물 등이 잘 자라지 못한다. 하지만 중국의 ‘꽃’이라 불리는 「이화원(梨花圓)」은 이런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 아름다움을 과시한다.

  「이화원」의 원래 이름은 청항원(淸夏圓)이었다. 천안문 광장에서 북서쪽으로 약 15km 거리에 위치한, 중국 최대의 황실 정원이다. 중국에서 가장 잘 보존돼 있는 고대 정원으로 4분의 3이 호수이다. 곤명호(昆明湖)는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인공 호수로 호수를 만든 흙으로는 호수 중앙에 만수산(萬水山)을 세운 엄청난 규모의 정원이다. 북경의 서북쪽에 있는 가장 큰 공원. 물이 풍부한 곳이기 때문에 인공호수인 곤명호로부터 공원의 구석구석까지 물을 끌어들여 경관을 높이고 있다. 이 외에도 석교와 궁전 등 여러가지의 볼거리가 가득하다.

  이화원은 원래 금나라때 행궁으로 지어졌으며, 명나라 때는 호수 주변에 여러 개의 사원과 정자가 세워졌다. 청나라 건능황제(1711-1799)는 역대 어느 황제보다도 황실 정원의 조성에 더 많은 힘을 기울여, 곤명호를 확장하고 만수산에 여러 건물을 지었다. 그가 북경 서북쪽 교외에 조성한 삼산오원(三山五園)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오늘날의 이화원이다. 1860년 연합군은 북경에 침입하여 삼산오원에 불을 지르고 보물을 약탈했다.

  1888년 서태후는 해군 예산을 유용하여 크게 개축하는 한편 이름도 이화원으로 개칭했다. 일설에 의하면 당시 해군을 총괄하던 광서황제의 아버지 순친왕이 한편으로는 서태후의 비위를 맞추고, 한편으로는 아들이 실권을 가진 황제가 되게 하기 위해서 해군 예산을 빼돌려 공사를 진행시켰다고 한다. 이것이 훗날 청일전쟁에서 중국이 패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는 평가가 있기도 하다.

  과거에는 단명원, 만춘원, 장춘원 등을 합하면 현재의 수배에 달하는 광대한 규모였으나 1860년의 제2차 아편전쟁(아로호 사건)에서 영·불 연합군에 의해 철저하게 약탈, 파괴된 뒤에 불에 타 없어졌다. 그 후에 이화원을 재건했지만 여자황제인 서태후가 정부예산을 유용하여 현재의 모습으로 정비한 것이 1884년의 일이다. 따라서 공원 내에는 서태후와 인연이 깊은 문물들이 많이 남아있다.

/ 기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