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대학 2학년인 김모양은 지난해에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처음에는 별 뜻없이 카드를 발급받았으나, 일단 지갑 속에 현금이 없어도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보니 전보다 씀씀이가 헤퍼지게 됐다. 게다가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카드번호만 알고있으면 물건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을 이용, 화장품과 옷 등을 많이 샀다. 자신이 부담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양의 물품을 구입한 김양은 카드대금을 갚지못하자, 다른 신용카드를 만들어 현금서비스를 받아 이를 해결하고 그 다음 달의 신용카드대금은 또다른 신용카드를 만들어 갚았다.

  그러다 보니 특별한 수입이 없는 김양은 현금서비스 수수료만이 계속 불어나 더이상 현금서비스로 갚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계속해서 신용카드대금을 갚지 못하고 연체하게 됐다. 카드회사에서는 독촉전화를 계속하다가 심지어 김양의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아 집주소와 전화번호를 알아내 부모님께까지 전화를 했다. 결국은 카드회사에서 밀린 카드대금만큼 장기대출을 해주겠다고 해서 그런 방식으로 처리하고 ‘빚’으로 ‘빚’을 갚는 악순환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A.최근, 김모양과 같은 대학생 등을 상대로 한 카드회사의 경쟁적인 카드발급으로 인해 신용카드가 물품구매와 그 결제 수단이라는 신용카드 본래의 기능보다 현금서비스 등의 금융수단으로 변모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 사례의 경우 우선 김모양이 카드 발급 시나 카드사용 당시 만 20세가 지난 성년인가 아닌가가 문제됩니다.

  우리 민법에 따르면, 미성년자의 법률행위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법정대리인인 친권자(부모님)의 동의를 얻도록 돼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동의가 없었다면, 동의가 없었다는 점으로 인해 그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김모양의 카드발급시나 카드 사용당시 김모양이 아직 미성년자이고, 부모님의 허락없이 카드를 사용한 것이라면 그 카드 발급행위나 카드사용행위는 이를 취소할 수 있고 따라서 그로 인한 채무는 소급해 소멸될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 카드사용으로 인해 취득한 이득이 있다면 이는 당연히 부당이득으로써 반환되어야 할 것이므로 카드 사용으로 인한 채무 자체는 면책될 지 모르나 부당이득반환채무는 질 것이므로 결국 카드사용으로 인한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김모양이 만 20세가 지난 성년자이고 카드 발급과정에서 속임을 당했다거나 본인의 의사와는 달리 강제적으로 카드를 발급한 것이라든가의 사정이 없이 자유로운 의사로 카드를 발급받고 이를 사용한 것이라면 이로 인한 책임은 전적으로 김모양이 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적인 카드발급으로 인한 무분별한 소비의 부추김 등의 부작용은 금융감독위원회 등과 같은 거시경제정책을 수행하는 국가 기관이 통제, 감독할 문제이고 구체적인 카드사용으로 인한 책임은 본인에게 귀결됩니다. 이번 기회에 김모양은 건전한 소비생활과 짜임새 있는 경제생활의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 안봉진(법학부·겸임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