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받는 문제 중에 많은 문제는 학업 상의 어려움이다. 그런데 이 학업의 문제는 곧 집중력이나 의욕의 문제와 관련있는 경우가 많다. 공부는 하고 싶지만 집중이 안돼서 힘들다거나 공부를 하고 싶은 의욕이 안 생긴다는 호소가 많다. 이런 경우는 공부를 방해하는 심리적 요인들이 그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중이 안되는 경우는 마음 안에 해결되지 않은 갈등이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의욕이 없는 경우는 공부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의욕과 자발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러한 심리적인 갈등을 해결해야 공부를 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어느 해인가 중간고사가 끝나고 신입생 한 명이 찾아왔다. 주로 호소한 문제는 우울한 기분이었다. 찾아온 계기를 물어보니 중간고사 준비를 하는데 너무 집중력이 떨어져서 공부를 못했고 당연히 시험을 못 봐서 우울하다는 것이었다. 성장 배경을 들어보니 어머니에게 문제의 원인이 있었다. 이 어머니는 자기가 못 이룬 꿈이 있어서 그것을 아들을 통해 이루려는 욕심이 많아 아들의 성적에 지나친 관심을 보였다. 또한 항상 이 학생의 성적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였다. 좋은 성적을 받아와도 칭찬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더 잘하라고 하고 심지어 학년이 낮은 옆집 아이와 비교하며 “쟤는 몇 등을 하였는데, 너는 이게 뭐냐!”하며 야단을 칠 때도 있었다고 한다. 성적이 떨어질라치면 성적표를 던지거나 관심을 주지 않아 이 학생에게 깊은 마음의 상처를 안겨주었다. 그래도 대학에는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했으나 입학해서 보니 동기들이 모두 자기보다 잘하는 것 같고 어머니의 높은 기준에 맞춰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공부에 대한 흥미보다는 성적에 대한 걱정이 앞서서 괴로워하였다. 공부를 하려고 하면 이런 생각이 떠오르니 자연히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부모가 아이가 하는 일에 칭찬을 해준 일이 거의 없거나 심지어 하는 일마다 핀잔과 비난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던지 자신이 없어서 공부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자신이 없고 의욕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부모에게서 받았던 마음의 상처를 씻어내는 작업을 먼저 한다. 부모 앞에서 얼마나 부끄럽고 창피하고 화났는지 표현하게 한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공부나 일에 대해 다시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게 하고 상담자도 조금이라도 잘하는 부분은 칭찬해 자신감을 회복시켜준다. 자기를 열등하거나 부끄러운 존재로 보는 것은 부모의 시각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임을 반복시켜 자각시켜주면 서서히 자존심을 회복하고 자신감을 갖게 되어 좋아지게 된다. 이렇게 좋아지면 자연히 집중력도 생기고 성적도 오른다. 어떤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에만 집착해서 해결하려고 하기 보다 그 문제의 원인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집중력 저하는 하나의 문제이며, 공부가 잘 안되고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그 결과이다. 별다른 신체적인 원인이 없다면 심리적인 원인을 생각해 보고 찾아보고 해결해야 한다. 공부도 마음이 편해야 잘된다.

/ 최명식(학생생활상담센터 전임상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