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동권 확장을 위한 정책 중 하나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시내 곳곳에 배치된 ‘점자’를 들 수 있다. 점자는 눈이 보이지 않아 외출이 어려웠던 시각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점자는 시각장애인들이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시각장애인들에게 글을 접하게 해준 점자는 어떻게 창안됐을까?

  초기의 시각 장애인용 문자들을 보면 끈으로 맨 매듭과 글자를 종이로 오려 실로 연결한 것, 목판에 조각한 글자, 금속활자, 파라핀 서판에 쓴 글자, 카드보드로 오려 만든 글자, 종이에 핀으로 찔러 쓴 글자, 종이에 양각된 선문자(線文字) 등이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몇몇 사람들끼리 임의로 사용하는 글자일 뿐 시각장애인들이 공용으로 사용한 글자체는 아니었다. 또한 이 글자들은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글자였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이 널리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처음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문자는 한 시각장애인 소녀가 종이 뒷면의 양각된 문자의 윤곽을 손으로 만져 식별하는 것을 본 프랑스의 아우에(Valentin Hauy, 1745∼1822)가 창안한 양각 선문자였다고 한다. 손으로 만져서 읽을 수 있는 묵자형(墨字型) 양각체계는 여러 나라에서 시각장애인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들에 의해 개발됐다.

  1784년 프랑스에서는 처음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해 도서를 생산한다는 개념이 생겨났다. 하지만 거의 생산되지는 않았고 1827년이 되서야 제임스 콜(James Cole)에 의해 알파벳 문자의 개량을 통한 최초의 시각장애인용 도서가 나오게 됐다. 또한 1819년부터 1825년 사이에는 시각장애인이었던 육군장교 바르비에(Charles Barbier)에 의해 양각 묵체계(墨體系)가 개발되었다. 그는 전쟁에서 어두운 밤에 전언문(傳言文)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다가 야간문자(12점식 점문자)와 점필, 점판을 개발했다. 1829년에는 이를 수정하여 6점식 점자 알파벳을 만들었으며 1834년에는 이를 다시 개편하여 현재의 체제를 완성하였다.

  한편 우리나라는 미국인 선교사이자 의사인 홀(Rossetta Sherwood Hall)에 의해 점자가 도입됐다. 그녀는 1894년 오봉례라는 한국인 시각장애인을 뉴욕 점자로 교육하고 1898년에는 평양에 여성 시각장애인을 위한 특별 학급을 개설했다. 일제 강점기에는 조선 총독부에 의해 재생원이 설립돼 일본인들이 사용하는 6점식 가나 점자가 도입되었으나 재생원 시각장애인 교사로 있던 박두성이 비밀리에 조선어 점자연구위원회를 조직, 1923년 우리말 점자인 3.2점 점자를 만들어 사용했다. 그러나 이것은 표기상의 불편이 많아 이를 폐지하고 1926년 훈맹정음(訓盲正音)을 반포, 계속되는 수정작업으로 현재의 점자체계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아직은 점자로 된 책을 만들기도 어렵고 많은 양의 책이 점자로 발간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시각장애인들은 정보습득의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앞으로 좀더 많은 점자 도서가 발간돼 시각장애인들이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어야겠다.

/ 최소영 기자 karida@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