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대부분의 학생들이 전공과 관련해 혹은 다른 사유로 이용하는 많은 서적과 컴퓨터 프로그램 등은 비싼 것이 많다. 때문에 많은 학생들은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이를 감행하고 있다. 하지만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것이라면 ‘불법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들어본 적이 있다. 이를 구별해 알고 싶다.

A. 오늘날 기술의 발달에 의해 누구나 서적 또는 컴퓨터프로그램 등을 손쉽게 복제할 수 있게 됐고, 복제물의 품질에 있어서도 원본과의 차이가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서적이나 컴퓨터프로그램은 엄연히 저작권 등에 의해 보호를 받는 저작물로서 그 창작 시로부터 당연히 저작권이 발생하며, 무단복제와 같이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는 민형사상의 제재를 받는 위법한 행위가 된다.

  그런데 저작권도 절대불가침의 영구적인 권리가 아니라 법에 의해 일정한 기간동안 경제적인 이익을 독점할 수 있는 유한한 권리이기 때문에 그 존속기간이 종료하면 당해 창작물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유재산이 된다. 그리고 저작권도 다른 재산권처럼 권리 자체에 내재하는 제한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일정한 목적을 위해 제한이 되기도 한다. 후자와 같이 특정한 경우 일반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저작물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자유사용(free use) 내지는 공정사용(fair use)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저작자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함께 고려하여 양자간에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저작권법의 목적이기도 하다.

  먼저 저작권법은 이러한 자유이용이 가능한 경우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는데(제22조에서 제33조까지), 서적의 복제와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공표된 저작물을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제27조).

  복제의 방법에는 제한이 없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거나, 이용자가 복제하지 아니하고 복제업자에게 복제를 위탁한 경우, 나아가 일반공중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해서 설치된 복사기계를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복제업자에게 복제위탁을 하는 경우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사적이용을 위한 것이지만 복제업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허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동전이나 복사카드를 넣으면 누구나 복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자동복사기의 경우에도 복사를 하는 주체는 이용자이지만 복사기의 설치주체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자이므로 사적이용의 범위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둘째, 도서관 등에서는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서 공표된 도서 등의 일부분의 복제물을 1인 1부에 한해 제공할 수 있으며, 자료의 자체보존을 위해 필요한 때 또는 다른 도서관 등의 요구에 따라서 구하기 어려운 저작물의 복제물을 보존용으로 제공하는 때에는 도서관의 공공적인 성격상 자유사용이 인정된다(제28조).

  한편 컴퓨터프로그램에 관해 저작권법 외에 별도로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이 적용되며, 프로그램의 복제에 있어 프로그램저작권자의 사용허락과 같은 정당한 권원이 없으면 원칙적으로 프로그램저작권의 침해가 된다. 다만 프로그램의 경우도 일정한 경우 자유사용이 가능하다.

  먼저 공표된 프로그램은 가정과 같은 한정된 장소에서 영리가 아닌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서 복제, 사용할 수 있다(제12조는 4호). 그리고 정당한 권원에 의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자가 호환에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없고 그 획득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당해 프로그램의 호환에 필요한 부분에 한해서 프로그램코드역분석(reverse engineering)을 할 수 있다(제12조의2). 또한 프로그램의 복제물을 정당한 권원에 의해 소지, 사용하는 자는 그 복제물의 멸실, 훼손, 변질 등에 대비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안에서 복제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복제물을 소지, 사용할 권리를 상실했을 때에는 복제한 것을 폐기해야 한다(제14조).

/ 최수정(법학부·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