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월드컵 경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요즘은 어딜 가나 축구에 대한 국민적 열기가 넘쳐난다. 가는 곳마다 월드컵에 대한 얘기들로 가득하고 16강 진출에 대한 비상한 관심과 기대 속에 모두들 히딩크에 버금가는 전략과 전술까지 내놓으며 제법 축구의 전문가인 듯 톤을 높이기도 한다.

  특히 부산에서 월드컵 진출 사상 첫 승리를 장식한 그 날 이후, 온 나라는 감격에 겨워 한 마음으로 열광했고 ‘대한민국’을 소리 높여 연호하게 되었다. 관중석이 온통 붉은색으로 가득하고 빈 스타디움이나 광장에 모여 대형 중계화면을 보며 목청껏 응원하는 등 전 국민이 한마음 되어 열광하는 모습은 몹시 감동적이었다. 그런 일치된 관심과 희구가 어디 우리뿐이겠는가. 지구 반대편 구석구석에서도 자국의 골이 터지는 순간 동시에 터져 나오는 환호성과 이해타산 없는 축제 분위기의 연출은 스포츠만이 만들 수 있는 웅장한 파노라마일 것이다.

  팀의 공동목표인 승리를 이끌어 내기 위해 골키퍼를 포함한 11명의 선수는 한마음 팀웍으로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 때로는 자신의 골 찬스도 팀의 더 좋은 골 찬스를 위해 동료 선수에게 볼 패스하는 개인적 희생을 통해 골인을 유도한다. 대 폴란드전에서 서포터 이을용의 패스가 없었던들 황선홍의 성공적인 슛이 가능했을까? 이렇듯 스포츠는 인간 최고의 아름다운 퍼포먼스를 창출해 낸다. 그리고 경기장에 모인 관중은 선수들과의 상호 작용 속에 혼연일체가 되어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12번째 선수가 되는 것이다.

  국민 모두를 완전히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스포츠의 위력은 경기장에서만 발휘되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본래 현대 스포츠의 탄생과 발전 배경에는 국가적 단합과 애국심 고취, 체육활동을 통한 군사력 함양 등의 목적이 있었다. 오늘날에도 국가 간의 스포츠 경기는 국민들의 단합과 애국심을 요구한다. 그것은 전장(戰場)에서 요구되는 것과 흡사한 것으로 일종의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catharsis)를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스포츠는 더 나아가서 개인의 인격 발달이나 사회성 고취 등의 교육적 성격을 갖게 되었고 이제는 개개인의 건강유지와 삶의 질을 높이는 수단으로까지 자리를 잡았다. 더욱이 스포츠마케팅이라는 분야가 생겨날 만큼 오늘날의 스포츠는 거대 이윤을 창출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산업형태로까지 발전하였다. 유명선수들의 몸값은 평범한 시민의 상상을 초월하는 천문학적인 액수이다. 그것은 우리가 월드컵대회를 유치하여 성공적으로 치르게 되면 단순히 국민적 단합 차원을 넘어 국가 이미지 제고와 함께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활력 넘치는 육체적 건강배양’의 건학이념을 통해 체육을 강조하고 있는 우리 대학도 스포츠를 활용한 발전 방안을 적극 모색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제 21세기 본격적인 여가시대, 건강을 바탕으로 한 삶의 질을 추구하는 시대를 맞아 그에 걸맞는 튼튼한 인재를 배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중적인 팀 스포츠를 육성한다면 학생들에게 소속감과 애교심을 고취시키고 지역사회와는 상호 유대를 강화하며 대외적으로는 우리 대학의 홍보효과를 통해 포지션닝(positioning)을 극대화 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무튼 월드컵대회는 여러 가지 면에서 스포츠의 위력을 다시 번 확인해 보는 자리가 되고 있다.

/ 양은석(체육학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