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서 한국이 첫 승을 올려 온 국민이 들떠 있을 때 소리 없이 무너져 내린 것이 있다. 국내 대형 서점 중 하나로 오랜 시간 사람들의 발자취를 남겨온 종로서적이 재정난으로 지난 4일 최종부도 처리돼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종로서적은 소형 서점으로 출발해 대형화를 이뤘다는 점에서 교보나 영풍문고 등의 다른 대형 서점과는 뿌리가 다르다.

  1907년 설립돼 95년간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으로 자리잡았던 종로서적은 다른 대형서점과의 경쟁이 격화 된데다 90년대 말 인터넷 서점이 등장하면서 영업이 급속히 위축돼 왔다. 또한 대형서점의 단층 대형 구조와는 다르게 복층 구조를 고집하면서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구미를 맞추지 못했고, 주말에 주로 찾아오는 가족단위의 고객을 맞을 주차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종로서적을 찾는 고객들은 점차 줄어갔다.

  한편 오랜 시간 우리학교 주변에 위치하면서 인문·사회과학 서점으로 우리학교 선배들의 사회사상에 대한 궁금증과 지식에 대한 목마름을 채우던 곳이었던 ‘글사랑 서젼도 지난해 재정난으로 인해 문을 닫은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2년 전에는 2백50여년 동안 운영됐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인 영국 글래스고의 ‘존 스미스 앤드 선’이 문을 닫았으며 3년 전에는 미국 보스턴에서 1백27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로리엣 서젼이 문을 닫았다. 이것이 지금의 출판·유통업계의 현재 상황인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사람들은 책을 통해 깊이 있는 지식을 얻는 대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지적 욕구를 채우고 있으며 구매 또한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는 등 예전과는 다양한 구매형태를 보이고 있다. 현재 통계청의 사회통계에서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 국민의 독서량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한 달에 책 한 권도 안 읽는 성인남녀의 비율이 56％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다양한 지식을 습득해야 할 중·고등학생들은 입시에 매달리느라 교과서 이외의 책을 읽지 못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올해는 세계 ‘책의 날’이라고 해서 책을 권장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책을 읽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하지만 종로서적의 대형부도는 그러한 움직임 안에서도 출판업계의 한 축인 서점들이 갖는 현실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출판업계들은 구매자를 잃어가면서 재정난을 맞고 문을 닫고 있다. 지식의 장으로 불리는 대형서점들이 종로서적과 같은 절차를 밟지 않기 위해서는 현 실정에 귀 기울여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또한 종로서적은 지식의 장이었던 대형 서점으로서의 의미도 크지만 추억의 명소이기도 했다. 지금처럼 약속 장소가 될 많은 유흥가가 없었던 예전엔 서점에서 약속을 했다. 기다리는 동안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책장을 펼쳤던 그 모습은 종로서적의 95년 세월을 살피자면 빠질 수 없는 모습이었다. 지금은 그런 사람들의 모습이 줄고 종로서적은 부도를 맞아 누군가가 인수할지, 아니면 인수조차 안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런 오랜 추억을 가진 명소를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해 지식을 찾는 장소가 사라져 간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 최소영 기자 karida@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