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김 모군은 절친한 친구인 이 모양에게 큰 액수의 돈을 빌려줬다. 하지만 김 모군은 시일이 지나도 이 모양이 돈을 갚지 않자 ‘돈을 갚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모양은 그 때가 되자 빌린 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하지만 돈을 빌려줄 당시 워낙 친했던 사이라 차용증은 커녕 문서하나 쓰지 않았다. 돈을 돌려 받을 수는 없는 건가.

A.학생들의 경우 돈을 꾸거나 꿔주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으며, 있다고 해도 액수가 크지 않아 대부분 심각한 법률분쟁으로까지 이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졸업 후 사회인이 됐을 때 이러한 금전거래는 피할 수 없는 것이어서 이와 관련한 법률문제들을 미리 알고 있는 것도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돈을 꾸거나 꿔주는 것을 법률용어로 ‘소비대차(消費貸借)’라 한다. 소비대차와 관련한 분쟁으로, 한 쪽은 돈을 꿔줬다고 하는데 다른 쪽은 꾼 사실이 없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누군가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거나 기억력이 부족한 것인데, 당사자끼리 해결이 되지 않으면 결국 법원에서 판단을 하게 된다. 법원은 증거에 의해 판단을 하게되는데, 돈을 꿔준 사람(채권자)이 증명을 해야 한다. 돈을 꾼 사람(채무자)이 작성한 ‘차용증(借用證)’은 가장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그 밖에 온라인입금을 했을 때 그 영수증이나, 고액의 수표로 지급했을 때 수표추적결과 등도 간접적인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 돈을 꾼 사실은 양쪽이 모두 인정하는데, 채무자는 갚았다고 하고 채권자는 받지 않았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꾼 돈을 갚았다고 하는 사람이 증명을 해야 한다. 돈을 갚을 때 채권자로부터 받은 ‘영수증(領收證)’은 가장 직접적인 증거가 된다. 그 밖에 앞서의 온라인입금영수증, 수표추적결과 등도 간접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금전거래를 함에 있어서는 나중에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분쟁에 대비해서 증거를 미리 마련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사람은 차용증이나 영수증을 작성하거나 약정내용을 문서화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문서작성을 요구하는 것은 때로 상대방에 대한 불신의 표시로 여겨진다. 시급히 바뀌어야 할 법문화라고 생각된다. 채권자는 꿔준 돈을 나중에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염려한다. 꾼 돈을 갚지 않는 경우에 취하게 되는 법적 절차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채권자는 채무자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소송에서 승소한 후에는 채무자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 등 재산을 압류하여 경매하여 줄 것을 법원에 신청한다. 법원은 경매하여 받은 대금으로 채권자가 받아야 할 돈을 지급한다. 이때 채무자로부터 돈을 받아야 할 사람이 여러 명 있는 경우에는 각 금액에 비례하여 나눠 가지게 된다. 따라서 채무자에게 충분한 재산이 있으면 걱정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돈을 꿔줄 당시에는 채무자에게 충분한 재산이 있었더라도 그 후 재산상황이 좋지 않게 되었다면 꿔준 돈을 제대로 받을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는 보증인(保證人)을 세우거나 저당권(抵當權)을 설정하는 방법이 있다. 보증인을 세울 경우, 채무자가 갚지 못할 때 보증인이 대신 갚아야 한다. 돈을 갚아야 할 사람이 그만큼 많아지는 것이므로 채권자로서는 안심이 된다. 그러나 보증인 역시 나중에 재산을 잃게 되는 경우에는 대책이 없다.

  채무자나 제3자의 부동산(토지 혹은 건물)에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 채권자는 어느 정도 돈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다.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는 경우 채권자는, 소송을 제기할 필요도 없이,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에 대한 경매를 곧바로 신청할 수 있다. 설사 돈을 받을 사람이 여러 명 있는 경우에도 저당권을 가지고 있는 채권자는 다른 사람보다 우선하여 돈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은 나중에 소유자가 바뀌어도 저당권은 그대로 남는다. 따라서 경매를 신청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 오종근(법학부·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