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처음 세울때는 나름대로 건학 이념을 갖추고 시작하기는 하지만 학교를 실제로 운영하다 보면 처음 생각을 수정해야 할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을 받게 된다. 한림대학교도 처음 학교 운영 기본 방향은 우수한 교원확보를 통해 학교 이미지를 고양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여 빠른 시간 내에 명문 사학으로 자리를 잡겠다는 생각을 했다. 82년 개교를 하면서 소위 스타급 교수라 할 수 있는 명망가를 여러 분야에서 모시고 와 그야말로 초창기 학교의 홍보문구와도 같이 작지만 위대한 대학의 이미지를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꽤 넓게 확산시킬 수 있었다. 그런 덕택에 학교가 설립된지 몇 년이 지나도 그런 학교가 있는지 알지 못하는 최근의 여러 대학과는 달리 학교 설립이후 곧 많은 사람들이 그 이름을 알 정도로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최근 학교 홍보 문구를 스스로 바꾼 데서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듯이 학교는 처음의 건학이념과 운영노선에 수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몇 년전부터 ‘작지만 위대한(small but great) 대학’이라는 홍보문구는 쓰지 않고 있으며, 그 이후 한 때 학교 홈페이지 등에서 보았던 ‘명문의 개념을 새로 쓰는 대학’이라는 문구도 사용치 않는다. 그리고 등장한 ‘탄탄한 대학 든든한 미러라는 현재의 구호가 쓰여지고 있으며, 올해 개교 20주년을 기념하여 거교적으로 공모하여 채택한 ‘이유 있는 자신감 그 당당함’, ‘당신의 큰 숲(한림)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정상을 향한 제2의 도약’등이 성년 한림대학교의 향후 노선을 외부에 알릴 홍보 문안으로 물망에 올라 있는 상태다. 물론 홍보문구와 건학 이념 내지 대학운영 노선은 엄격히 말해 동일한 내용은 아니다. 학교의 운영은 이런 방향으로 외부인에 대한 이미지는 다른 방향으로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야기되어왔던 학교의 홍보문구는 그런 식의 선전술로 작성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는 홍보문구가 대외적으로 설득력을 갖지도 못한다. 그렇게 본다면 학교가 나름대로 생각해볼 때 자신의 모습이 위대하지는 않아보였다는 이야기이고 내실이 탄탄한 대학으로 비춰지고 그런 점은 적어도 외부에 자랑할 수 있는 대학은 된다는 생각을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묘한 것은 그런 홍보문구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게 교수의 이직 현황(1면 머릿기사 보도)도 증가추세에 있다는 이야기다. 학교가 어깨를 내려뜨리는 만큼 교수의 이직도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예사롭지 않은 현상이다. 과거에는 교수 이직이 자신의 모교로 옮기거나 누가 봐도 갈만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명문으로 자리를 옮겨갔으나 그 숫자가 늘어가면서 이런 내용에도 변화가 있다는 평가가 교수사회의 일반적인 여론이다. 저런 대학으로 옮겨 갈 만큼 한림대학의 위상이 실추되어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만한 대학으로도 이직을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 와중에 교수들은 학교에 대한 나름대로의 자부심을 되돌아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이 지속되면 앞으로 좋은 교수를 초빙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그런 내용은 물론 우수학생유치와도 무관할 수 없다. 동문들이 찾을 은사가 없는 것도 역사가 오래되고 동문의 힘을 빌어야 할 일이 생길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학교에서는 지금 이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소위원회도 만들고 나름대로 방안을 마련중이라고 하니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