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은 러-일 통상조약 150주년이며, 1945년 8월 2차세계대전 종전직전 당시 소련군이 홋카이도 북방영토(남쿠릴섬) “하보마이”, “시코탄”, “구나시리”, “에토로후” 4도를 점령한지 60년이 되는 해이다. 금년 양국은 과거 어느 때 보다 평화조약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영토문제 해결을 위해 의지를 갖고 협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로 큰 성과는 없어 보인다.

  1956년 러시아는 일본과 수교할 당시 일소공동선언에서 “평화조약 체결 후 하보마이섬과 시코탄 섬을 일본에 반환한다고 합의했지만, 양국은 영토문제에 대한 서로간 입장차이로 아직까지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첨예한 현안인 영토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을 인식한 러시아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은 “1956년 일소공동선언에서 평화조약 체결을 전제로 당시 소련이 2도를 일본에 반환한다고 약속한 공동선언을 이행할 것”이라고 한다. 즉 구소련의 모든 의무를 인계받은 러시아는 “2도반환(하보마이, 시코탄)”으로 평화조약을 체결하여 양국 영토분쟁을 종식시키려 한다.

  하지만 일본측은 자신들의 기본입장인 4도 반환으로 평화조약을 체결할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일본수상 고이즈미 준이치로는 “2도반환은 기정사실”이라며 “4도의 일본 귀속을 명확히 한 다음에야 평화조약을 체결 할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일본은 자신들의 영토협상의 기본입장인 4도 귀속확인을 분명하게 하지 않는 한 평화조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협상방법이 지금까지 양국 정상이나 고위급 만남에서 영토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들이 있었지만, 결국 이러한 기본입장의 변화 없는 양국회담은 단지 형식적일 뿐 실질적인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따라서 양국 정부는 자신들의 입장만 고집하지 말고 상호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적인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양국의 기본입장에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과거 경험에 비추어보면 전혀 양국간에 접점을 찾을 수 없을 것이며, 결국 영토문제 해결과 평화조약 체결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최근 러시아 측에서 러-일 영토문제 해결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일본의 입장에서 좋은 기회이다. 만약 일본이 자신들의 기본정책을 준수한다면, 러시아가 영토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을 계속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으며, 2도 반환 자체도 없던 것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일본은 인식해야 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서로 조금씩 양보를 통해 양국 모두 이기는 윈윈(win win) 전략이어야 하지, 어느 쪽이 모두 잃게 되는 제로섬 게임(zero sum game)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최태강(러시아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