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문화
[문화]영화 사전심의 폐지 후의 과제이제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갗로 가자!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02.09.03  00:00:0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등급 심사, 자율적 수행·정치권 개입 탈피 필요

  중학교 시절, 문교부 권장 도서를 한 권씩 의무적으로 구입하여 서로 돌려 읽는, 이른바 ‘자유 교양’이라는 수업 시간이 있었다. 그 수업 시간을 만든 높으신 분들의 뜻은 아마도 ‘중학생 교양 함양’에 있었겠지만 당시의 우리들에게 딱딱한 고전 일색인 권장 도서들은 베개로 쓰기에도 불편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꽤나 할 일 없던 한 친구가 대학생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샤르트르 단편선’을 읽다 변태적인 성이 묘사된 부분을 찾아내서 친구들애개 돌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선생님 앞에서 당당히 포르노를 읽으며 좋은 책을  지정해준 문교부에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더구나 열심히 줄까지 쳐가며 읽는 맛이라니!

  「헌법 재판소」의 영화에 대한 「공윤」의 사전 심의가 위헌이라는 판결 이후 많은 사람들이 위에 이야기한 샤르트르의 소설들보다 훨씬 고강도의 음란 폭력물이 범람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그런데 솔직히 필자는 샤르트르가 묘사한 것보다 더 변태적으로 성을 표현한 한국 영화를 아직 보지 못했다). ‘심의는 오래 지속된다’는 믿음을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던 「공윤」은 부랴부랴 완전 등급제를 실시하되 성인 전용관은 아직 시기상조이며 따라서 ‘등급외 영화에게 상영관은 없다’는 대책을 내놓고 있으며 이에 대해 검열 철폐를 주장해 온 사람들은 음란 폭력물들은 적절한 선에서 관리 통제돼야하며 이에 따라 성인 전용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이러한 논의들의 전제를 한번 짚어보고 싶다. 청소년들을 음란, 폭력물로부터 철저히 보호할 방법이 있을 수 있을까? 먼저, 마치 영화가 청소년들이 접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음란, 폭력물이라는 식의 믿음은 잘못된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청소년층은 영화관객중에서 소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가 거의 제작되고 있지 않다는 현실을 봐도 증명된다. 관람 불가 영화관에 드나드는 일부 청소년들을 지적할 수 있겠지만 그 숫자는 전체적으로 소수이다. 우리나라의 기성세대가 영화에 대해서 갖고 있는 편견과 영상매체에 대한 교육의 부재는 오늘날에도 큰 변화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조금 주제를 벗어났지만 영화의 사전 심의 철폐는 이렇듯 단순히 가위질을 한다, 안한다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개방화·다원화되고 있다는 증거이며 이제 몇몇이 모여서 전체 국민이 볼 것, 안 볼 것을 정한다는 발상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래의 몇 가지 전제들이 지켜져야 한다.

  먼저 등급 심사는 최대한 자율적으로, 또 영화인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 사실 창작품에 어떠한 등급이 매겨진다는 일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영화의 사회적 영향력을 감안하여 현실적인 방안으로 ‘등급심사’라는 제도가 존재하는 것 뿐이다. 누구나 예술품으로 인정하는 베루툴루치 감독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같은 작품에 노출이 있다고 해서 아예 공개되지도 못했던 비극은 사라져야 하며 설혹 등급외 판정을 받더라도 제한적으로나마 공개될 수 있도록 성인 전용관같은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어차피 창작물에 대한 평가는 영원히 오심 가능성이 있는 일시적인 판결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정치적인 문제로 등급외 작품이 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단지 「한총련」 소속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성추행 의혹도 제기하지 말아야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는 곳이므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최악의 경우, 이념적인 문제라는 명목으로 등급외 영화라는 판정이 나올 경우 관의 감시가 엄격할 수밖에 없는 성인 전용관에서 상영할 리도 만무하거니와 바로 사법 처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그야말로 정치적인 주제를 담은 영화는 심의 철폐 이전보다 더 좋지 않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모든 영화인들과 제반 사회 단체, 국가 기관, 그리고 평범한 관객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어떻게 막을 것인갗에서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갗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이제 검열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올바른 영상문화수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전 심의 철폐’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앞으로의 영상문화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는 많은 것이 미정으로 남아있다. 일부의 우려처럼 저질 영화만이 판을 칠수도 있고 반대로 다양한 영상문화의 향연을 벌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힘은 결국 관객에게 달려있다. 역설적이지만 어떤 영화인도 자기 검열을 피할 수는 없다. 어찌보면 ‘사전 심의 철폐’는 영화인들의 자기 검열 기준이 이제야 온전히 관객에게 향하게 됐음을 뜻하는 것이다.

/ 김대회(중앙대 연극학과 석사과정)

한림학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보도] 땀과 열정으로 달린다…‘Intramural League’ 개막
2
[보도] 인문대 보궐선거, 단일후보 ‘ZOOM:IN’ 출마
3
[보도] 춘천 대표 축제 함께 만들어가는 ‘깨비짱’모집
4
[보도] 돌아온 동아리페어에 캠퍼스 ‘북적’
5
[보도] “훌륭한 책은 반복적 노동의 결과”
6
[보도] 노래로 하나되는 한림합창단으로 모여라
7
[기획] 글 첨삭·말하기 지도상담, 학생들 소통 역량 키운다
8
[보도] “하루 감사글 5개·선행 1개씩 실천”
9
[보도] 일송기념도서관, 22~31일 도서축제 열린다
10
[시사] 공장 2곳에 불, 58시간 만에 진화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4252 강원도 춘천시 한림대학길 1 캠퍼스라이프센터 9-308호 한림학보사
제보 및 문의 : news@hallym.ac.kr / 033-248-28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미래(간사)
Copyright © 2005 한림학보. All rights reserved. news@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