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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지’로 집권 초기 많은 국민적 호응을 얻었던 정부는 현재, ‘개혁의 본질부터 따져봐야지 하지 않은갗라는 의문을 낳을
만큼 정책과 개혁방법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 이에 사회부에서는 현 정권의 정책에 대한 평가를 분야별로 나누어 싣는다.
1 경제-금융실명제
2 교육-교육개혁
3 법-사법개혁
새로운 사회·경제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개혁은 간명하고 효율있는 방향제시와 혼선없는 리더쉽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 경제나 사회
운행과정에서 개혁을 구체화 하고 수단과 과정을 평가 하기 위해서는 선택을 필요로 한다. 금융실명제 실시는 비교적 강성한 내용으로 금융 질서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국민생활의 여러측면에서 막대한 영향을 끼친 금융실명제는 선진적인 방향으로의 사회 변혁적인 개혁 수행이라는 데 그 역사적
의의가 더욱 크다.
금융실명제는 사회적 정의와 정당성은 인정되면서도 경제적 충격과 그 파급영향이 우려돼 예정 시기가 임박해서는 시기, 폭, 속도
등에 관해 많은 논란이 됐다. 이와 같은 논쟁의 근본적 배경은 자금출처 혹은 사용처 조사 등으로 돈이 유통되지 않고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불확실한 경제속에서 이 제도가 얼마만큼 탈색되고, 그에 대한 보완책들이 어느 정도 허용될 것인가이다. 금융실명제는 모든 금융거래를 분명하게
함으로써 부도덕한 정경유착을 단절하고 지하경제를 제거하는 장치가 된다. 그러나 금융거래를 아무리 분명하게 해도 본원통화의 공급이 정치권에 의해
좌우되는 한 정권유지 차원의 총체적인 비리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이때 비리의 수단으로 풀린 돈은 물가불안을 통해 국민부담으로
전가된다.
금융실명제의 의의와 당위성은 비단 정권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불균형 성장을 지속해 온 한국경제의 금융산업 개편 차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자율화와 개방화 속에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금융부문이 장애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금융산업의 개편을
위한 실물부문에 대한 파급효과가 가장 단기적으로 어떠한 차이를 가져오는가에 따라 실명제의 성패가 가름될 것이다.
무엇을 개혁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오히려 단순할 수 있어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는 의외로 많은 사항들을 고려해야 한다.
경제정책이 목표지상주의나 정책효율성만 너무 중요시하게 되면 성공적 실현에, 가계의 참여와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경우가 발생한다. 지속되는
개혁 정국에 대한 불만 확산과 재산 공개 파장이 정치권에 미치는 강도, 실명제 실시 여파로 인한 투자 부진의 지속과 이에 대한 정부측의 심각한
우려, 재계측에 의한 계속적인 실명제 완화 요구 등이 실명제의 개혁적 의미를 약화시키는 것은 제도화 과정에 있는 실명제 본래의 의미가 어디까지
관철되고, 어떤 형태로 정착될 것인가 하는 한계점을 제시한다. 따라서 정부는 일단 경제 논리를 당분간 우위에 둘 필요가 있을것이다. 실명제
실시로 경제적 교란을 최소화 시키는 대책에 집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금융실명제의 추가 보완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이에 적극 가세하고 있다. 보완대책은 “자금출처 혹은
사용처 조사 등으로 돈이 유통되지 않고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근본적인 배경에서 출발해야 한다. 실명제 보완은
기득권세력의 이기적 발상 또는 실명제 희석책동이 되어서는 안된다. 금융실명제 실시 후, 생각했던 것만큼 지하경제 규모는 축소되지 않았다. 개혁과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그 제도적 정착과 부작용의 극소화를 위해 여러 각도에서 보완책들이 만들어지고 논의됐다. 비실명 계좌의 실명전환을 유보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도 모색됐다.
이같은 대책은 언제나 개혁과 경제현실에서 나타나는 상충관계(trade-off)의 측면에서, 마찰이 나타나고 장기목표와
단기목표, 기득권세력과 개혁세력의 충돌 등이 빈번히 나타난다. 실명제의 부작용과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의 부작용 등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양상을 띄게된다. 실명제를 둘러싼 전반적인 환경도 불투명하다. 경기침체 국면도 그다지 밝게 전망할 수 없는 상황이고 정치계도 국민의
원만한 경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보완책에 매달리고는 있지만 실명제를 어느 정도 제도화시키냐는 수용폭이 관심거리로 남아 있다. 특히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차원에서 혼란을 가중시키는 경제의 불확실성에 비추어 볼때 파급효과의 심각성을 예상할 수 없다. 개혁적 차원의 금융실명제는 모든
정책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우선 이러한 실명제 실시의 부정적파급효과를 극소화시키는 데 모든 정책을 동원해야 한다. 향후 실명제가 정착되기 위해 제도화
과정을 보장할 수 있는 정치, 사회, 경제적 여건의 조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투자 수요측과 투자재원 공급측에 대해 불확실성을 야기시키는 자금출처
조사, 세율인하, 비자금실시 여부 등 심리적 불안 요인의 개선이 시급하다. 대체입법이 필요하다면 과감히 이를 실시하고, 예금 대량인출 사태와
같은 경우를 해소하고 퇴장현금과 실명화자금을 산업자금화시킬 유인을 다각도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 신용학(단국대학교 경제학과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