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현장과 유리돼선 안돼…언론 개선해야 사회환경 좋아진다”

  지금은 어느 대학에서나 인기있는 전공인 ‘언론정보학’또는 ‘신문방송학’은 약 60년 전까지만 해도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학문이었다. 이 시기에 매스컴과 관련된 학문의 물꼬를 튼 학자 또는 언론인들의 노력이 우리 나라의 매스컴과 언론정보학을 지금과 같은 단계에 올 수 있게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본교 유재천(언론정보학부) 교수도 언론정보학의 발판을 마련한 언론인 중 한 사람으로, 우리 나라 언론학계의 초석을 닦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유교수가 대학입학시절부터 매스컴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가 처음으로 언론정보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서울대 사회학과 3학년에 재학중이던 당시 ‘전국 지성인 대상 사회조사’에서였다. 면접으로 이뤄진 이 조사에 참여한 유교수는 당시 면접원이었던 장준하 선생과 지도교수에게 신문기자 분야에 소질이 보인다는 평가를 받은 것. 이후 지도교수의 적극적인 권장으로 미국 미네소타 대학원으로의 유학길에 올라 매스컴에 대한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유교수는 신문연구소, 신문방송 또는 언론정보학과의 교수, 여러 방송매체의 시청자위원장·언론매체의 집필위원 등 언론계에서 두드러진 업적을 남겨 왔다.

  이렇게 자신의 분야에서 순항만 했을듯한 유교수도 언론활동 중 난관에 부딪쳤다. 바로 군부독재 아래 있었던 정부의 언론탄압이었다. 유교수는 “공교롭게도 박정희, 전두환의 군부독재 시절과 내가 가장 활발한 언론 활동을 펼치던 3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까지의 시기가 맞물렸다”며 “언론인으로서 언론의 자유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많은 갈등과 방황을 했던 기간”이었다고 털어놓는다. 대표적인 예로 유교수는 서강대 학보사의 주간교수를 맡았던 때를 떠올린다. 유신체제에 접어든 후 그야말로 언론의 암흑기였던 이 시기에는 정부가 학보를 철저히 탄압했기 때문이다. 이에 학보가 소각되거나 학생기자가 연행 당하기도 했으며, 전두환 정권에 이르러서는 폐간되기도 했다. 유교수는 이 시기 “학생 기자들과 뜻은 같지만, 학생들이 다치는 것이 너무 염려돼 특정한 기사를 집필하지 못하게 했을 때는 정말 괴로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반면 현재의 언론에 대해서는 “군부독재가 물러난 후 언론 자유가 신장되고 다양성이 강화됐다”는 평가를 내린다. 이밖에도 유교수는 언론제작 환경과 언론인의 직업윤리도 예전에 비해 많이 향상됐다고 전한다. 하지만 그는 “어느 정도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이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가 중요한 시졈이라며 “언론의 자유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데에 주로 쓰여져야 하지만, 현재 언론계에서 그러한 노력을 하기보다는 이윤창출과 흥미만을 앞세우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계에 40여년간 몸담아온 유교수는 언론계에 종사하면서 가장 보람찬 경험으로 자신의 제자 또는 후배가 언론 현장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를 꼽는다. 특히 신문기자로 활동하며 부정부패를 고발하려고 애쓰는 제자의 모습을 보았을 때는 정말 흐뭇했다고. 이와 관련해 유교수는 “언론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사회, 세계를 보는 눈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며, 불의와 비리에 대한 개선의지를 항상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현재 유교수는 학생을 가르치는 일 외에도 언론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언론개혁을 위한 시민운동과 방송매체를 대상으로 한 시청자 운동 등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중이다. 이는 언론인으로서 언론의 직접적인 현장과 유리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이다. “언론은 그 사회 구성원의 수준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언론을 개선해야 사회 환경이 좋아진다”고 말하는 그는 앞으로도 대내외적인 언론활동을 늦추지 않을 계획이다.

/ 김혜민 기자 khm84@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