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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하루]문고리조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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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4.03.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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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리 / 조 은

삼년을 살아온 집의
문고리가 떨어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열고 닫았던 문
헛헛해서 권태로워서
열고 닫았던 집의 문이
벽이 꽉 다물렸다
문을 벽으로 바꿔버린 작은 존재
벽 너머의 세상을 일깨우는 존재
문고리를 고정시켰던 못을 빼내고
삭은 쇠붙이를 들여다 보니
구멍이 뻥 뚫린 해골처럼 처연하다
언젠가 나도 명이 다한 문고리처럼
이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나갈 것이다
나라는 문고리를 잡고 열린 세상이
얼마쯤은 된다고 믿을 수만 있다면!
내가 살기 전에도
누군가가 수십 년을 살았고
문을 새로 바꾸고도 수십 년을
누군가가 살았을 이 집에서
삭아버린 문고리
삭고 있는 내 몸

  모든 진리는 평범한 일상의 발견에서 출발한다. 그는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연다. 삐거덕거리는 문고리는 어제의 문고리가 아니고, 몇 번 이리 저리 돌려보지만, 낡은 문고리는 말을 듣지 않는다. 수천 번을 열고 닫았던 집의 문이, 벽처럼 꽉 다물었다. 문은 문이 아니라 벽이 되고, 이 벽 건너 존재하는 방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드나들었던 세계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문고리를 고정시켰던 못을 빼내고 삭은 쇠붙이를 들여다 보니, 해골 같은 죽음의 불안들이 엄습한다. 그러나 절망과 슬픔의 연속성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 문고리가 교체되기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누군가는 이 집에서 수십 년을 살았고, 또 앞으로 살아갈 것을 깨닫는다. 이제 문고리 하나만 교체하고 나면, 다시 벽은 문이 되고, 나 없으면 안될 것 같은 집이, 회사가, 세상이 흔들리지 않는가?

  아, 나는 이 우주에 얼마나 삭은 문고리인가? 얼마나 작은 존재였던가? 삭아버린 문고리, 삭고있는 내 몸.

/ 이인자 (국문 97년 졸업, 199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현 에듀토피아 중앙교육 홍보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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