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철이다. 국내 한 신문이 ‘1등 위주의 편집'을 그만두고,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 관한 기사를 비중있게 다뤄 눈길을 끌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어서 다른 신문들도 본받을 만하다. 하지만 말을 다루는 데도 그만한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겠다. 다른 신문은 말할 나위도 없다. 무엇보다 전투적 용어를 마구 사용하는 것이 눈에 두드러진다. ‘사냥', ‘전사', ‘격파' 등의 표현이 그렇다. 이런 말이 신문 제목으로 사용된 예를 보자.

  <메달사냥 나선 한국 선수들>, <8강길 나서는 태극전사들>, <핸드볼 英 격파> 애초부터 올림픽에 운동 경기 이상의 의미를 준 것이 문제이겠지만, 한술 더 떠 전쟁을 벌이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치다. 한국 선수들이 사냥에 나선 메달은 도대체 누구로부터 사냥하는 것일까.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 이겨야 할 상대를 생각해보자. 과연 사냥의 대상인가. ‘태극전사'라는 말은 좀 더 심각하다. 너무 많이 사용해서 자연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축구가 다소 거친 경기이기는 하지만 전투는 아닐진데, 왜 이렇게 지나치게 편을 갈라 싸우게 하려는지 알 수 없다. 또한 ‘격파'라는 단어가 사람에게 쓸 수 있는 말인가.

  얼마전에 중국에서 열린 아시안컵 축구대회 결승경기가 끝나고, 중국팀이 경기에 지자 중국의 관중들이 일본 대사관 앞에서 벌인 시위를 떠올려보자. 도저히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한데 왜 신문에서는 상식에 못 미치는 그런 표현을 자주 쓰는지 모르겠다.

  이번 올림픽은 IOC 회원국 모두가 참가했다고 한다. 모든 회원국이 모여 전투를 벌인다고 생각하면 참 이상하지 않은가. 말의 힘은 크다. 읽는 사람을 자극시는 말을 함부로 써서는 안된다.

/ 남일성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