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겨도 좋아” 유쾌한 괴물 「슈렉」

  2001년 슈렉은 기술, 작품성, 흥행성 모든 면에서 성공하면서 대중뿐 아니라 영화계의 까탈스런 평론가들에게서도 열광적인 호평을 끌어낸 애니메이션이다. 드림웍스의 카젠버그 감독이 4년여만에 완성한 이 작품은 장편만화로서는 미국 최초로 칸느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는 영광을 얻기도 하였다.

  못생긴 Ear Wax, 슈렉은 기존의 동화와 디즈니식의 애니메이션에 도전장을 내며 ‘디즈니 비틀기'라는 노골적인 패러디를 한껏 이용하고 있다. 작고 못생긴 악당, 파쿼드의 성은 디즈니 테마 파크로 그려져 있고 착하기만 한 신데렐라가 백설공주를 때리는 장면 등을 삽입해 디즈니의 안이한 전통성을 풍자하고 있다.

  슈렉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은 외모에 따른 선악구도를 유쾌하게 되집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통쾌한 비판일 것이다. 더럽고 못생긴 괴물, 밤엔 추녀가 되는 피오나공주(밤에 화장을 지운 나의 얼굴이 연상되어 뜨끔했던 인물), 마법이 풀리고도 그대로 못생긴 피오나, 얼마나 통쾌한 풍자인가!

  또한 슈렉은 우리가 사는 곳은 동화 속의 환상의 세계가 아니라 자신의 거처, 늪과 같은 곳임을 강조한다. 성안(동화속)으로 들어간 공주를 동화 바깥으로 구출해내는 현실의식을 드러냄으로써 리얼리즘 애니메이션을 구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슈렉의 재미요소는 패러디장면의 삽입이다. 메트릭스, 인디아나존스, 프로레슬링의 장면들을 숨쉴 틈 없이 보여주어 관객은 지루할 틈이 없다.

  이처럼 슈렉은 패러디를 통해 대중문화의 수준을 한층 높여준 수작이다. 따라서, 유쾌하면서도 따끔한 충고가 서린 이 영화를 성인과 어린이 두 계층 모두를 만족시키면서 번역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많은 영화가 오역으로 얼룩져 있는 현실이지만 짧은 문장과는 다양한 의역으로 오히려 그 의미가 더 잘 전달되기도 한다. 슈렉은 어떤 언어묘미를 가지고 번역되었는지 몇 가지 예를 통해 살펴보자.

  슈렉이 자신의 인간됨을 설명하는 장면이다.
  “We both(onions and Shrek) have layers"(layer : 층, 겹)
  (우린 모두 ‘깊이'가 있다구)
  이것이 다른 장면에서는 차단의 의미를 함축하는 껍질, 벽으로 의역되어진다.
  “You're so wrapped up in layers” (넌 자신을 단단한 껍질로 무장하고 있어)
  피오나가 파콰드와 결혼하는 장면에서 늙은 신부에게 부탁하는 장면이다.
  “Excuse me, Could you just skip ahead to ‘I do's…?” (속성으로 해주실래요?)
  ‘skip ahead’(생략하다. 건너뛰다)가 ‘속성'이라는 하나의 명사로 간단히 표현되는 경제성이 돋보이는 번역이다.

  원어의 의미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관객의 계층과 수준을 고려하여 이루어지는 의역이야말로 어쩌면 영상물의 번역에서는 필수적 요소일지 모른다. 이제 극장에서 영화감상을 할 때 원어와 번역을 비교해보고, 의역의 묘미를 찾아보는 재미를 놓치지 말자.

/ 권은경(「스크린 영어」담당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