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 갑자 동방석, 워리워리 세뿌리까, 무즈셀라 구루미…” 코미디계에서 존재하는 세상에서 가장 긴 이름이다. 물론 뒤로도 한참 남아있지만 지면상 생략했다. 이름이 길어지게 된 사연은 이렇다. 옛날 옛적 손이 무척 귀했던 집안에서 어렵게 자식을 얻었다. 아버지는 자식의 무병장수를 비는 마음에서 작명소를 찾아 이름을 짖기로 했다. 장인은 수명의 무한함을 뜻하는 ‘수한무’ (壽限無)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마뜩치 않던 아버지가 좀 더 강렬한 이름을 원했고, 장인은 다시 수한무라는 이름 뒤에 장수의 상징인 거북이와 두루미를 얹어줬다. 아버지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했고, 이후 동양, 아프리카는 물론, 아랍에서 가장 오래 살았다는 전설적인 인물들의 이름을 덧붙였다. 아니, 난데없이 웬 이름 이야기? 만담에서 이 아이는 결국 연못에 빠져 죽는다. 목격자가 너무 긴 이름을 부르고, 아버지가 이 이름을 받아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간을 너무 지체한 탓이다. 코미디의 백미는 이 이름에 대한 출연진의 끝없는 반복이다. 코미디에서는 하일라이트에 속하는 이 반복의 미가 글짱을 원하는 우리들에게는 독(毒)이다.

  그렇다. 글짱 프로젝트의 여섯 번째 주제는 바로 ‘반복어구의 회피’이다. 비슷한 단어의 중언부언한 나열은 문장을 지루하게 할 뿐 아니라, 수준을 얕잡히는 결정적인 패인 (敗因)을 제공한다. 그러나, 유사하거나 똑같은 단어와 문구를 피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어느 정도 글에 익숙한 사람들도 실수하게 마련이다. 필자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이미 인쇄된 본인의 글에서 뒤늦게 반복 어구를 발견할 정도니까. 그렇다고, 한번 쓴 단어와 문구를 글이 끝날 때까지 아예 안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차피, 우리가 쓰는 단어는 한정돼 있고 또 우리 말이 그다지 다양한 것도 아니므로.

  그렇다면, 문제 해결의 힌트는 단어와 단어, 문구와 문구, 문장과 문장 간의 절대적인 거리에 있다. 무슨 말이냐고? 예를 들어 한 문장 안에서 같은 단어를 쓴다면 이는 현명한 독자들에게 금방 파악 당한다. 적어도 같은 단어의 반복은 몇 문장을 건너서 다시 사용하라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특정 문구나 유사한 문장을 계속해서 사용하고자 한다면, 이들 간의 거리가 최대한 멀어질 수 있도록 문단 단위로 띄엄띄엄 사용하라는 말이다.

  반복어구를 제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뭐니 뭐니 해도 자신의 글을 읽고 읽고 또 읽으면서 퇴고하는 것이다. 처음 훑을 때는 문장의 길이를 염두에 두고, 두 번째 읽을 때는 주/술/목적어 간의 호응에 신경 쓰며, 세 번째로 접할 때는 반복 어구를 머리에 떠 올리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끊임없이 대체 단어를 생각해 내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그러나, 이른바 유사 단어, 유사 어구, 유사 문장을 생각해 낸다는 게 말처럼 그리 녹녹한 것이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반복 어구를 쉽사리 피할 수 있다면, 누구나 다 글짱이 될 수 있을 테니까. 때문에 다양한 단어 습득을 위한 나만의 ‘단어장’을 따로 마련하는 것도 대단히 좋은 방법이다. 이 정도의 노력도 없이 어떻게 ‘짱’이 될 수 있겠나.

   필자가 초짜 기자로 언론사에 재직하던 10여년전 당시에는 반복 어구를 회피하는 것이 글쓰기에 있어 가장 큰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였다. 아무리 반복 어구를 피하려 해도 이제껏 연습 한번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사회 초년병으로서는 그 높고 두터운 글짱으로의 벽을 실감하는 수 밖에 없었다. 자연히, 주변에 널려있는 숱한 신문 기사들을 읽으면서 선배 글쟁이들의 우수한 테크닉에 눈이 갔다. 역시 그네들은 달라도 한참 달랐던 것이다. 동사를 예로 들면, 기껏해야 “…할 예정이다” 정도로만 표현 가능하던 2비트 정도의 내 메모리와 달리 그네들의 램에는 “…할 전망이다”, “…할 계획이다”, “…할 것으로 기대된다”, “…로 진단된다” 따위의 다양한 동사들이 입력돼 있었다. 당연히 화력 빵빵한 그들의 무기들은 내 노트장으로 접수됐고, 이후 글쓰기에 있어 그 노트장은 수 차례에 걸쳐 내 목숨(?)을 건져주는 뛰어난 위력을 발휘했다.

  여러분들에게도 다양한 단어의 사용이 문장의 맛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하나의 예제를 내보고자 한다. 한번, 다음 문장을 연습 삼아 주물럭거려 보기 바란다.

  “노무현 대통령은 경기 침체 해결에 앞으로 모든 역량을 다할 것을 내각에 지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6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현재의 경제 침체를 국가 위기 상황으로 규정하고 최우선적으로 경기 침체 해결에 주력할 것을 다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또, 청년 실업과 관련해 대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채용에 나서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미 눈치챘을 줄 믿겠지만, 위의 문장에서는 한 문단안에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무려 세 번이나 반복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단어를 어떤 식으로 덜 지루하게 반복할 수 있을까?(정답은 이 면 하단에 있다)

  글짱 되기의 여섯 번째 글에서 필자는 반복적인 단어를 피하게 위해 다양한 표현들을 동원했다. 한번 찾아보라. 과연 어떤 단어들이 같은 의미로 쓰인 다른 것들인지를. / 심훈 교수(언론정보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