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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짱]창의력, 순발력 못지않게 글감 선택도 중요
심훈 교수  |  shimh@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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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5.03.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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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언 세프’(Iron Chef)라는 TV 프로가 있었다. 일본에서 제작, 방영됐던 것인데, 필자가 미국에서 유학하던 당시 매우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다. 이 프로의 내용은 방송국에서 내세우는 일식, 중식, 프랑스식, 이탈리아식 요리의 절대 지존 4명 가운데, 한 명을 도전자인 요리사가 선정, 요리 대결을 벌인다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 내에 정해진 장소에서 한정된 보조원들과 함께 초급을 다투어 풀코스로 요리를 준비해, 저명인사 및 음식 관련 전문가들의 심사를 받는 것으로 이 프로는 끝을 맺는다. 재미있는 사실은 음식을 만들 재료가 시합 당일 날 현장에서 공개된다는 것이다. 공개되는 즉시 1시간 내에 도전자와 응전자는 전채에서부터, 본 음식,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제공된 요리 재료만을 사용해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때문에 요리사들은 제공된 재료로 평가자들의 미각을 최대한 돋굴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느라 진땀을 뺀다. 요리 실력 뿐만 아니라, 창의력과 순발력까지 겸비해야 하는 요리 배틀인 셈이다.

  이번 학기 글짱 시리즈의 두 번째 주제는 요리의 재료인 ‘요릿감’이다. 글로 치면, 글감이라고나 할까. ‘아이언 세프’에서는 결코 명태나 꽁치, 소고기나 콩나물과 같은 대중적인 음식들이 선보이지 않는다. 주부들조차 프로와 별 차 없이 주무를 수 있는 재료들이기 때문이다. 또, 시청자들의 입맛을 자극함은 물론, 평소 접하기 힘든 요리를 눈앞에서 지지고 볶는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선사하려면, 대단히 독특한 요릿감이 필요할 것은 자명하다. 모르긴 몰라도 프로 담당자들도 요릿감 선정에 무진장 고생했을 것이다. 계절과 요리 재료의 가격, 색깔, 요리의 편이성 등 여러 면에서 저울질된 재료들은 그래서 더더욱 시합을 즐기는 관객들 의 오감을 자극한다.

  글도 마찬가지이다. 명태, 고등어에 해당하는 글감으로는 결코 좋은 글을 보여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러한 글감으로는 좋은 글을 쓰기가 대단히 어렵다. 프로가 아니라면 말이다. 때문에 좋은 글을 만들고 싶어 하는 초보자들에게 있어 제일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좋은 글감을 구하는 일이다. 싱싱하고, 값도 적당하면서 흔하지 않은 것으로…

  한때, 장안에 화제가 된 적이 있었던 ‘미스터 초밥왕’이라는 만화책이 있었다. 초밥 명인이 되고 싶어 하는 어린 소년이 일인자가 되기까지의 역정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한 만화책이다. 여러 종류의 초밥과 회를 만드는 과정이 하도 생생하고 맛깔스럽게 그려져 있어, 필자도 만화책을 든 손으로 한밤중에 뛰어 나가 편의점에서 초밥을 사먹은 적이 있을 정도로. 바로 그 ‘미스터 초밥왕’에서 지면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주인공 ‘쇼타’가 신선하고 최고로 좋은 재료를 저렴하게 구하는 과정이다. 와사비, 김은 물론, 쌀과 계란, 각종 생선에 이르기까지 초밥과 관련된 모든 재료를 부담 없는 가격으로 최고의 것으로 구입하는 과정부터가 무척 흥미롭고 많은 노하우를 알려준다.

  좋은 글은 그렇게 시작부터 평범하지 않게 탄생한다.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닌 30년 전통 음식점의 폐업 이야기, 단순한 미취업이 아닌 어느 졸업생의 졸업 거부 이야기… 그런 글감들을 찾아내는 순간, 이미 글의 반은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런 좋은 글감을 찾을 수 있을까? 다음 편에서는 이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해 볼까 한다. 산 넘어 산이요, 물 넘어 또 다시 물을 건너는 과정. 글쓰기는 그래서 제대로 해내기가 힘들지만, 그 같은 어려움이 있기에 더욱 오기가 생기지 않는가? / 심훈(언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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