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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적인 대학개방을 얼마 남기지 않고, 각 대학들은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대학사회를 변화시킬
새로운 조짐인 대학개방은 여러 가지 우려를 낳기도 한다. 이에 사회부에서는 사학의 발전방향과 미래대학의 진보적 대안, 그리고 새로운 교육운동을
시행하는 진보단체 「서울사범대학협의회」의 인터뷰 등 대학개방 이전의 과제들에 대한 여러 측면을 살펴본다.
오늘날 세계는 통신망의 발달로 인하여 물리적 거리가 문제가 되지 않는 정보화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통신의
급격한 발달은 전세계를 하나의 공동체로 만드는 동시에 격렬하고도 치열한 경쟁의 장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따라서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고자
하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국가경쟁력은 최우선적으로 제고되야 한다”라는 지상절대명령을 성취하기 위한 다각도의 조치와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의욕을 북돋아 주기 위해 조세를 감면해주고, 수출산업에 금융특혜조치를 해주는 과거의 방식은 이제 국제사회가 용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것은 기업의 자생력을 훼손함으로써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 그 방식을 바꾸어 볼 때가 됐다. 즉 사회가 대학에 투자함으로써 기술자립과 경쟁력우위를 확보해 나가는 방식을 취해야 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의 경쟁은 각국의 대학개방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곧 우리나라 대학들의 체질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다.
외국대학들이 무작정 우리나라에 분교를 개설할 것이라는 예측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우수한 사립대학들이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는 것이 약 30%선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교육비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등록금의 70%에 해당되는 엄청난
혜택(?)을 주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외국의 유명대학이 개방과 더불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국내의 많은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예측은 대학이
돈을 버는 곳과 마찬가지라는 그릇된 인식에 기초한 발상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우려해야 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외국대학수준의 교육을 이땅의
학생들에게 베풀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는 것인가라는 점이다.
대학은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돈을 써서 인재를 길러내는 곳이다. 인재를 길러내는 데 비효율적이고 관심이 없는 사립대학들은
이제 그 스스로 거취를 분명하게 해야 하고, 그 기준을 학문적 수월성에 두어야 한다. 최종적인 평가는 교육소비자인 학생과 기업의 집합적 판단을
통해서 결정될 일이다. 기업은 대학이 연구와 교육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도록 투자해야 하고, 정부는 불필요한 규제를 통하여 대학을
질식시키는 대신 과감한 재정지원과 사후관리체계로 돌아서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지원은 우수한 사립대학에게 선별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우수한 사립대학이 갖추어야 할 조건은 학문적
수월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학문적 수월성은 엄격하고 공정한 학사관리능력, 뛰어나 연구인력의 확보, 충분한 재정적 확보, 상당한 수준의 자율성을
기초로 해서 성취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학교구성원들은 일치단결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구성원들의 합심은 상호신뢰의 유지를 전제로 하고 있고,
이는 민주적 의사결정에 기초한 대학운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사립대학의 특성상 재단이사회가 가지는 권한도 막강하지만 그
책임도 막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학발전의 방향은 재단이사회가 대학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행 사립학교법에 의하면
재단이사회는 사립대학을 설립하고 경영하는 주체이고, 학교법인의 대표기관이고, 동시에 최고 의사결정기관이다. 그리고 재단이사회는 학교설립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총장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권한과 더불어 대학의 재정을 책임지고 운영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재단이사회가 훌륭한 대학을 만들 수도 있고, 형편없는 대학을 만들 수도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진정한 사학의 발전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제안한다.
첫째, 재단이사회는 대학교수들로 하여금 학문적 수월성을 확보하도록 하기 위해서 재정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등록금에만 의존해서 대학경영을 해나가는 무능함을 보이는 재단이사회는 무능한 교수 못지 않게 지탄받아야 한다.
둘째, 재단이사회는 교내·외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민주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의사결정과정이 투명하게 이뤄지고, 예결산
내역이 공개된다면 재단이사회에 대한 신뢰는 회복될 것이다.
셋째, 재단이사회의 권한은 검증되고 견제될 수 있어야 한다. 재단이사장과 소수의 재단이사의 결정에 의해서 대학의 경영이
치명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면, 교수평의회와 같은 기구에 의해서 그러한 결정이 민주적 절차에 따른 것인지 여부를 검증받아야 한다.
넷째, 재단이사회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지녀야 한다. 재정확충이 아무리 시급한 과제라고 하더라도 사회정의에 반하는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여서는 안된다.
다섯째, 현재 임의단체의 성격을 띠고 있는 교수평의회의 법적 지위가 확고하게 보장돼야 한다. 교수평의회가 교수들의 대의기구라는
사실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전한 대안을 제안하는 데 여러 가지 장애가 많다.
여섯째, 교수의 연구활동은 최대한 자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고, 재임용에 있어서 학문 외적인 이유가 부당하게 개입해서는 안된다.
건실한 재단이사회, 건전한 교수평의회, 능력있는 총장이 상호존중하면서 협조하고 견제하는 관계를 유지할 때, 우리나라의 사립대학들은 국제적 수준의
학문적 수월성을 성취하면서 발전해 나갈 것이다.
/ 김형철(연세대 철학과 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