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튼의 고전물리학에서는 진공 속에 에테르(:빛을 파동으로 생각했을 때 이 파동을 전파하는 일종의 매질로 생각되었던 가상적인 물질)가 충만해 있다고 보면서, 절대공간과 부동의 좌표계가 중시된다. 그 배후에는 신의 감각 장소(sensorium)로 공간을 파악하려는 플라톤주의적인 형이상학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상대성이론에서는 이런 에테르 가설이나 부동의 좌표계들이나 절대공간이 부정된다.

  상대성이론은 그 이전에 지배적인 물리철학이었던 소박한 경험론(naive empiricism)을 극복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비록 물리 이론의 결과는 경험에 의해 검증되어야 할지라도 물리이론에서의 공리들(axioms)은 경험으로부터의 기계적인 추론이 아니라 마음을 통한 자유로운 창조(free creations)의 소산이며, 그런 창조는 수리적인 특성을 고려하는 가운데 잘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그의 상대성이론은 신실재론의 처지에서 형이상학을 구축하려 했던 사무엘 알렉산더(Samuel Alexander)와 같은 철학자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알렉산더에 의하면 단일한 우주시간이나 뉴턴이 주장하는 그런 류의 절대시간은 없다. 그에 의하면 공간과 분리된 순수한 시간도 없고, 시간과 분리된 순수한 공간도 없다. 시간에 있어 순간과 순간을 연속시키는 계기가 공간이다. 시간은 공간을 요청하고 공간도 시간을 요청한다. 이 세계는 시공의 연속체이며, 모든 실재는 시간과 공간 속에 있다.

  그는 형이상학의 중심개념으로 사건(event)을 내세우면서 이런 사건은 최소 단위로서의 연장(extension)과 최소 단위로서의 지속(duration)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다. 이런 특성을 지닌 사건은 정지하지 않으며, 진화ㆍ성장 도상에 있다. 만물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발현(emergency)하며, 우주의 모든 현상은 변화되어 간다. 단순한 사건으로부터 질적으로 고양된 세계로 나아가는 다시 말해 사건이 발현되어 가는 운동체계가 우주라는 주장이다. 이처럼 그는 실재를 역동적인 과정(process)으로 파악했다. 아이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이제까지 개별적ㆍ독립적인 물체들로 구성된 것으로 보던 세계 파악을 그런 것들에 의해 형성되는 장(場. field)으로 인식하도록 바꾸어 놓았다. 물체들이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장의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의 이론에 의해 정점을 이루었던 20세기의 장 이론은 현대 심리학 사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물리학상의 장 이론이 심리학에 영향을 준 예로는 게슈탈트 심리학(Gestalt psychology)을 들 수 있다. 게슈탈트 심리학에서 인지된 대상은 전체적인 상황이나 형태에 의해 결정된다고 본다. 개별적인 구성요인들의 고정된 특성이 지각을 결정한다기보다는 장을 구성하는 요소들 사이의 관계가 지각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이런 경향은 레뷘(Kurt Lewin)의 견해에서도 나타난다. 레뷘은 심리학적인 장을 특히 생각하여 이것을 위상기하학이나 벡터와 같은 수학적인 표현으로 나타내려 했다. 예컨대 행동(B)은 생활공간(L : life space)의 함수(B = F(L))이며, 생활공간은 성격(P : personality)과 심리적 환경(E : psychological environment)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처럼 인지된 대상을 전체적인 상황 속에서 파악하거나, 인간의 행동을 성격과 심리적 환경의 함수로 파악하는 심리학 사조도 절대성에 비판을 가하고 상대성에 적극적인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겠다.

  이제까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다른 사상에 끼친 영향을 철학을 중심으로, 그리고 심리학 분야에 관해서도 간략히 언급하였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철학이나 심리학 이외에 다른 여러 학문 분야에 걸쳐서도 광범위하게 직ㆍ간접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 안건훈(강원대 철학과) 교수 < /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