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코리아’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반드시 한국에서 열어야 한다는 전국민의 열망으로 전국을 뒤른들었던 ‘월드컵 열풍’은 개최지가 결정되면서 어느 정도 진정이 된듯하다. 한·일 양국간의 숙명적 외교 경쟁으로 한·일 공동개최라는 어정쩡한 결과를 가져오긴 했지만 ‘월드컵 개최’라는 이름만으로도 전 국민들은 희망에 가득 차 있다. 정부에서도 월드컵 개최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월드컵 공동개최의‘맹목적’희망과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던 남·북 공동개최가 한·일 공동개최로 불가능해져 가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않된다. 그저 월드컵 유치에 실패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국민적 패배감을 우려해 한·일 공동개최를 주장한 정치권과 일부 행정부의 관계자들은 남북관계를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북한을 배제한 일본과의 월드컵개최는 북한을 더욱 고립시킬 뿐이다. 또한 역사적으로 대립을 반복해온 두 나라가 월드컵 공동개최로 인해 동반자 관계를 가져올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과거사 사죄문제를 비롯해 자주 들려오는 망언문제는 한국인들을 분노케 했다. 이러한 뿌리 깊은 반일감정을 무시한 채 ‘우호증진’이라는 이름으로 공동개최를 강행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측면마저도 일본에게 뒤쳐져 기대했던 이득마저도 떨어질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경제인들은 생산 유발효과가 6조원, 고용창출효과가 22만명, 그래서 파급효과12조원에 이른다는 월드컵 경제붐에 빠져들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많은 분야에서 경제대국인 일본에게 뒤쳐져 있다. 더군다나 2002년은 첨단 멀티미디어와 통신 등으로 대회가 개최될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일본의 독점으로 개최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국민들과 언론이 한일 간의 공동개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 그러나 한·일 간에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긴장을 풀어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 앞으로 6년 뒤 2002년.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국가와 국민의 자존심을 건 ‘남벌’이 시작되는 것이다. 전세계가 바라보는 앞에서 완벽하고 철저하게 비교될 2002년을 올바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여전히 역사적, 문화적, 경제적으로 일본의 식민지라는 평가를 모면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 월드컵의 한·일 공동개최라는 외형상 성공은 6년 뒤의 결승을 예고한다. ‘절반의 성공’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잘 관리할 줄이는 지혜. 바로 그것이 국민과 정부에게 가장 절실한 것임을 잊지말자.

/ 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