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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짱의 문장부호 법칙 1: ‘쉼표는 없을수록 좋다.’
글짱의 문장부호 법칙 2: ‘쉼표는 많을수록 좋다.’
말 장난이 아니다. 필자의 말을 들어보면 수긍이 갈 것이다. 글짱 법칙 1: ‘쉼표는 없을수록 좋다’라는 의미는 문장의 길이가 그 정도로 짧아야 한다는 뜻이다. 쉼표가 비집고 들어갈 만한 길이나 공간의 여지 자체를 없앤다는 말이다. 1년 전 ‘파리의 연인과 短短益善 (단단익선)’ 편에서 소개했던 ‘짧은 글이 경쟁력이다.’ 편을 떠올려 보라. 그런 면에서 현존하는 최고 작가 가운데 한 명인 이문열에게 쉼표는 천연기념물에 해당하는 대상일 뿐이다. 그의 작품 속, 페이지 한 면 한 면에는 오자(誤字)만큼이나 쉼표를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 글짱의 문장부호 법칙 2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생각을 통제하지 못해 글이 길어지게 될 경우, 미련을 갖지 말고 쉼표를 ‘팍팍’ 찍어 넣으라는 얘기다. 문장 길이를 한 줄, 아니 두 줄로도 줄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글짱 법칙 1에서 옮겨와야 할 ‘Plan B’ 인 셈이다. 따지고 보면 자칫 늘어지고 흐드러지기 쉬운 만연체 소설,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다잡아 준 것도 쉼표였다. 이인직, 이광수에 이어 ‘1인 문단 시대’를 연 김동인이 ‘감히 나 이외에 문예를 운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천재’로 경악해 마지 않았던 염상섭. 그의 작품, ‘표본실의 청개구리’는 그렇게 문장 속의 긴 호흡을 숨표와 같은 쉼표로 고르며 글의 운명을 뒤바꾸어 놓았다.
물론, 작품 속의 청개구리는 해부 된 채 죽었지만…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쉼표는 국어권보다는 영어권에서 칙사 대접을 받고 있는 수퍼스타이다. 이유는 물론 지극히 언어적이다. 인도유럽 어족에 속하는 영어는 특성상 명사와 동사, 형용사와 부사의 형태가 같은 경우가 흔하다. ‘walk’나 ‘talk’ 처럼 동사 또는 명사로 쓰일 수 있는 단어가 그렇고, ‘fast,’ ‘late,’ ‘high’ 처럼 형용사와 부사의 형태가 같은 단어들이 그러하다. 게다가 문장 첫 머리에 동사가 위치할 수도 있다는 언어적 특성으로 쉼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지난 번에 예로 들었던 (팬더곰)의 ‘eats shoots and leaves’는 (팬더곰이) ‘죽순 (shoots)와 잎 (leaves)을 먹는다’ 라는 원래의 의미를 나타내는 반면, 쉼표 하나를 덧붙이면 ‘eats, shoots and leaves’로 (팬더곰이) ‘먹고, 쏘고, 튄다’ 라는 전혀 별개의 의미가 탄생한다. 그렇다고 쉼표가 국어에서 별 의미 없이 존재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쉼표는 필자가 강조하는 수십 가지의 문장 부호 가운데 중요도 면에서 으뜸이니까.
우선, 쉼표는 1인 다역 (多役)이 능한 문장 부호들 가운데에서도 무려 1인 14역을 소화해 내고 있다. 이쯤 되면 가히 기네스북에도 오를 만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우리들에게 익숙한 터, 여기에서는 흔히 실수하기 쉬운 몇 가지 용례만 소개해 보기로 하자.
학생들이 쉼표를 빼 먹기 쉬운 경우 중의 하나
예) ‘슬픈 사연을 간직한 경주 불국사의 무영탑’
이 경우, 분명히 쉼표는 ‘간직한’ 이라는 단어 바로 뒤에 와야 한다.
→ ‘슬픈 사연을 간직한, 경주 불국사의 무영탑’
‘간직한’ 이라는 단어가 바로 다음 말인 불국사를 꾸미지 않고, 무영탑을 장식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대등 종속적인 절에서 댓구와 대조의 묘미를 2백 퍼센트 살리려 할 때,
예) 콩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로 시각적, 청각적 의미를 동시에 고조시켜야 한다. 쉼표 하나 뿐인데, 시각적으로도 더욱 댓구의 의미가 살아나니까.
세 번째로 문장 첫머리의 접속이나 연결을 나타내는 말 다음
예) 첫째, 몸이 튼튼해야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를 들 수 있다.
“잘 알고 너무 쉬운 것들”이라고 성급하게 말하지 말자. 문제는 여러분들의 보고서와 서평, 리포트를 작성할 때니까. 당장 이전의 것들을 한번 읽어보라. 위의 세 경우라도 제대로 썼다면, 더 이상의 잔소리를 그만두겠다. 그렇지만, 과연 한 페이지에 몇 개의 쉼표가 있는지, 또, 적절히 잘 활용했는지에 대한 결과가 심히 궁금해지는 것은 왜 일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