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이 그리 중요하다면, 다독을 위한 책 고르기는 필수일 터. 작가의 바람대로 이제부터는 약 3~4회에 걸쳐 도서 구입 및 독서 요령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다음은 도서구입에 관한 심 훈 교수만의 노하우.                                                                                                       /편집자 주

  어떤 책을 어떻게 고를 것인가? 물론, 왕도는 없다. 그래도 첨언하자면, 책을 사는데 많은 노력(숱한 시행 착오와 많은 돈)을 들일 수록, 책 고르는 눈이 밝아진다는 것이다. 너무 뻔한 얘기지만, 다음 얘기를 들어보면 수긍이 갈 것이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본교에 부임했던 시절, 필자는 책 값을 아끼려 발버둥 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유학생들처럼 미국에서 연예하고 아들 딸 낳아 살면서 미국 은행 돈으로 공부를 마쳤기 때문이다. 빚은 져 본 사람만이 그 심정을 안다고,

  본교에 임용되던 당시, 은행 빚과 이자에 대한 심리적, 물리적 압박이 극심했던 터였다. 주변을 수소문해 필요한 책을 얻거나, 여의치 않은 경우 중고 책을 구입하려 혈안이 돼 있었던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주변에서 자신들의 귀중한 책을 쉽게 내줄 리 만무했고, 중고 서적의 경우는 손안에 들어오기까지 누리품*이 상당히 들었다.

  이러한 구입 방법상의 문제는 바로  도서 구입의 절대적인 감소와 이에 따른 독서량 빈곤으로 이어졌다. 경제적 상황이 인간의 정신적, 의식적 행태를 규제할 수 있다는 마르크스의 유물론을 몸소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명색이 학자인데,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어느 순간부터 과감하게 책들을 사 모았다. 뒷일을 생각하기 보다 일단 카드부터 그어 대니 주위에서 사달라고 아우성 치는 책들이 점차 늘어서기 시작했다. 주로 신문의 북 리뷰, 금주의 책, 서평, 책 소개 등에서 입맛을 유혹하는 책들을 주저없이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카사노바적 행태가 이어졌다.

  처음에는 인터넷을 통해 책과의 교제를 위한 구애 행위를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방법이 그다지 적절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가위질 해둔 서평들이 수북하게 쌓여가는 현실 앞에 그 많은 책들을 다 읽어볼 엄두도 나지 않으려니와 막상 조우해본 연인들 가운데엔 얼짱 각도 마냥 그럴싸하게 서평을 통해 외양을 가꾼 선수들이 간간히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기다리는 동안 변심해 정작 연인이 사무실에 도착하면 거들떠 보지 않는 필자의 변덕도 물론 한 몫 했다. 다시, 방법을 바꿨다. 주로 신문의 북 리뷰에서 필자의 가위질을 탄 신간 서평과 소개글들을 따로 모아 들고 대형 서점을 직접 방문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미리 대형 서점 안의 구조를 파악하고 책들의 위치를 확인한 후, 동선(動線)을 줄이기 위해 섹션별로 이동하는 기동작전을 감행했다. 무척이나 친절한 종업원들의 안내 속에 메뚜기처럼 1-2 시간 안에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며 번개불에 콩 구워 먹는 북 쇼핑을 시작했다. 책 나들이를 할 때면, 어김없이 아이들과 함께 유아 코너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내를 생각하면 엉덩이를 바닥에 깔지도 못한 채 쇼핑 카드에 책들을 던져가며 이동하는 전쟁을 치뤘다. 그렇게 한동안 지속했던 구매벽이 다시 부담으로 느껴지기 시작한 요즘, 필자의 독서 구입 패턴이 한번 더 바뀌었다. 신문 서평 가위질, 부정기적 대형 서점 방문의 2단계적 구매 행태에 ‘인터넷 최종 지불’로 결재 라인을 한 단계 더 추가한 것이다. 할인 혜택도 받고 적립금도 솔솔찮게 얹어주는 인터넷의 장점을 다시 한번 활용하기도 마음먹은 것이다.

문: 이 기간 동안 걸린 시간?
답: 정확히 3년하고도 1개월.
문: 그 동안 얻은 것과 잃은 것?
답: 책 고르는 눈과 알토란 같은 봉급.
문: 앞으로의 구매 행태 변화 가능성?
답: 무궁무진(無窮無盡).

*인터넷을 통한 발품. 물론, 필자만의 용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