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대기업들이 11월초를 전후해 하반기 신입사원을 채용함에 따라 대학에서는 본격적인 취업시즌이 불어닥쳤고, 대기업의 올 하반기 채용규모는 대부분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거나 10-20%가량 축소될것으로 보여 치열한 취업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들어 리쿠르트, 인턴사 등을 비롯 각 단체에서 주관하는 채용박람회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지난 10월28일부터 31일까지 서울 동대문 거평프레야 10층에서는 남녀고용평등의 달인 10월을 맞아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주최하는 ‘중소기업 여성채용박람회’가 열렸다. 지난 6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여성채용박람회에는 각 업종별로 1백여개의 중소업체가 참가해 이중 40여개 업체에서는 기업별 부스에서 취업희망자들을 상담 및 면접을 통해 즉석 채용했다. 이밖에 소규모 인력을 고용할 예정인 62개 중소기업은 박람회장에 게시되는 채용알림판을 통해 구직공고를 했다. 여성취업자는 학력·경력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채용박람회는 남녀평등 의식의 확산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여성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기업체의 여성채용 확대에 중점을 둔다는 취지 아래 진행됐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한 관계자는 “일부 상업계 고등학교에서는 선생님의 인솔하에 취업을 앞둔 학생들이 단체로 방문하기도 했을 정도로 나이, 경력에 상관없이 호응도가 상당히 높다”며 “기업측면에서는 고급인력을 수용할 수 있고, 하루에도 1백30여명이 즉석 채용되는 등 취업희망자들도 비교적 쉽게 취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라며 박람회의 효과를 밝혔다.

  반면에 참가업체 대부분이 학습지, 보험, 화장품 기업들로 모집영역도 영업·판매직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단순직 위주의 채용이라는 인상과 함께 참가자들 중 80%가 서울소재 대학생이어서 지방대생들과 주부들의 취업 실적이 저조하다는 문제점을 남겼다. 또한 대부분의 기업이 사원채용 보다는 자신의 기업 및 생산제품 홍보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람회에 참석한 한 여대생은 “요즘 여대생들은 과거처럼 임시로 취업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평생직업을 찾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업은 여대생들을 전문직이 아닌 고객관리 및 제품판매 등의 단순직 일자리에만 고용하려 한다”며 “취업박람회에서조차 모집 분야에 전문직이 없어 여성인력 활용이라는 취업박람회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에 관해 주식회사 「재능교육」의 채용담당 책임자 김기봉씨는 “일반 여학생들이 여전히 보수적인 성향을 띄고 지방소재 기업이나 지방 근무는 기피하는 태도나 영업·관리직 보다는 사무직 등의 안정적인 직무를 선호하는 자세는 취업에 큰 장애가 된다”며 “남들이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일수록 성공의 기회가 많다”라고 밝혔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취업난을 생각할 때 원하는 정보를 신속하게 얻기 힘든 지방대생의 취업은 더욱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더군다나 지방대학 여대생들의 취업은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격이 될 것이다. 따라서 좀 더 일찍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고려해 자신의 직업관을 뚜렷이 세운뒤 진로를 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취업 전문가들은 단순히 대기업만을 선호할 것이 아니라  취업박람회 등을 통해 성장 중소기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런 면에서 취업박람회는 취업을 준비하는 지방대생들이나 여대생들이 노려볼 만한 절호의 기회이다.

/위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