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수한 우리 토속어의 향연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는 우리 토박이말을 설명해 놓은 책이다. 여기에는 2천7백84가지의 우리말이 사용 영역별로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총 5가지의 분류로 묶인 단어들은 우리들에게 ‘이런 말이 이런 뜻이었구나’ 하는 감탄을 내기에 충분할 정도로 자세한 예시나 쓰임새를 설명해준다. 제목 속에 담긴 ‘도사리’라는 말은 익는 도중에 바람이나 병 때문에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를 지칭하는 순 우리말이다.

  이 책은 생활 속으로 / 자연 속으로 / 사람 속으로 / 세상 속으로 / 언어 속으로 등으로 분류하며, 혼동되기 쉬운 두 개의 단어를 한 묶음으로 삼아 연관되는 설명을 시도하고 있어 더욱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시래기와 우거지를 구분할 수 있는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조금 인용하면 이렇다.

  「밭에서 가꾸는 온갖 푸성귀를 채소(菜蔬), 토박이말로는 남새라고 한다. 푸성귀는 사람이 가꾸어 기르거나 저절로 난 온갖 나물들을 뜻하고, 나물은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뭇잎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나물, 그러니까 콩나물, 숙주나물 할 때의 나물은 앞에 언급한 나물, 즉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뭇잎을 양념하여 무친 반찬을 가리킨다. 겨울에 푸성귀를 심는 일이나 그렇게 가꾼 푸성귀를 가리켜 얼갈이라고 하는데, 얼갈이김치는 얼갈이 배추로 담근 김치를 가리킨다…(중략) …시래기는 무청을 말린 것으로, 무청은 무의 잎과 줄기를 아울러 일컫는 말이다. 무청 말고 무를 썰어서 말린 것은 무말랭이라고 한다. 우거지는 푸성귀의 맨 겉잎을 가리키는데, 우거지처럼 푸성귀의 거죽에 붙어 있는 줄기나 잎은 겉대, 그 반대는 속대라고 한다. 우거지는 새우젓이나 김치 같은 것의 위쪽에 있는 품이 낮은 것을 뜻하기도 한다. (81-82쪽)」

  이처럼 아주 쉽고도 우리 생활과 밀접하고 또한 알아두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순수한 토박이말을 중심으로 자세한 설명과 쓰임새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종의 말의 잔치를 경험하게 한다. 더구나 부수적으로 사용되는 여러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알게 해 주어 일종의 재미있는 단어사전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나친 구어적(口語的) 표현에서 나타나는 경박함이다. 토박이말에 대한 설명과 말의 쓰임새에 걸맞게 품위 있는 표현이나 격식을 갖춘 문장으로 서술되었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구어적 표현으로 인해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읽힌다는 장점을 모르는 바 아니나 드문드문 드러나는 자문자답의 형태가 거슬리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단어를 포함하는 예시문을 보기로 내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을 지키고 가꾸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새로운 환경으로 인해 국어가 점차 변질되고 위협받고 있는 시기에 이런 토박이말에 대한 애정과 경험을 한다는 일은 자연스러운 국어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 동의대학교 문예창작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