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본격적인 문학이론서 『시학』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문학비평서이자 예술론을 피력한 책이다. 이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문학과 예술이 어떤 변별력을 지니고 있는 것인지, 무엇을 중요하게 다루는지, 어떤 식으로 쓰여지는 혹은 노래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바로 이러한 점으로 인해 이 책은 인문·예술학의 기원을 이뤘으며, 문학과 예술에 있어 일종의 입문서 구실을 해오고 있다.

  『시학』은 흔히 기원전 330년경에 쓰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몰연대(384-322 B.C)를 기준으로 측정된 것이다. <모방하다(mimesis)>의 관점으로 예술을 해석하고 이론적 근거를 마련한다. 즉, 예술이 존재이유를 갖게 되는 것은 인간의 모방에 대한 본능적인 즐거움과 이를 통한 쾌락적인 즐거움을 함께 제시한 것이다. 이점은 실재가 이데아에만 존재하지 물질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플라톤의 입장과는 변별되어 보다 본원적인 입장에서 허구적 창조행위인 문학과 예술의 본질을 인간의 본성과 연결지어 해석함으로써 허구적인 예술을 가치 있는 행위로 확인시킨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서로 상보적인 입장에서 문학과 예술을 이해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모두 2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방에 관하여(1-3장), 예술의 기원(4-5장), 비극의 정의와 효과(6장), 비극의 구조(7장), 예술의 목적(8-9장), 구성(10-12장), 비극의 목적(13-14장), 인물론(15장), 구성의 구조(16-18장), 사상성과 조사법(19-22장), 비평론(25장), 비극과 서사시의 비교(23-26장) 등의 구성으로 묶을 수 있다. 물론 이런 묶음은 편의상 설명하기 쉽게 하기 위한 방편이다. 사실 시학은 여러 번 번역되어 여러 책으로 소개되어 있고, 그 모두를 다 읽어보라고 권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항목으로 짜여져 있으므로 참조해서 읽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이중에서도 핵심이 되는 내용은 6장에서 14장에 이르는 비극론이다. 진지함과 엄숙성을 지녀야 하고, 동시에 일정한 길이를 지니고, 주인공인 영웅이 인간적인 결함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행위의 모방이 비극이다. 비극은 그 자체가 완결된 생명성을 지니게 된다. 연민과 공포는 바로 이런 지점에서 생겨나고 이를 통해 감정이 정화됨으로써 비극만의 독특한 원리와 효용을 풀이한다. 『시학』은 단순하게 비극만을 설명하는 책은 아니다. 모방에 따르는 문학의 본성을 ‘그 자체로서 완전한’ 구성과 시작, 중간, 끝을 갖는 있을 수 있는 일을 표현하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개연성과 가능성의 세계를 제시하고 보편성을 이끌어 모방예술로서의 문학의 허구성과 함께 그 창조적 본질을 드러낸다. 결국 이런 점들로 인해 문학의 독자성 및 자율성에 대한 인식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50면 정도의 짧은 지면을 통해서 지금까지도 유용한 이론적 체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놀라울 뿐 아니라 여전한 생명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필독을 권한다.

/ 동의대학교 문예창작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