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에 대항한 혁명시인 『김남주 평전』
강대석 / 한얼미디어

  혼란스런 시대를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시’로써 대항한 혁명 시인 김남주의 평전이다. 시 안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민족과 민중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김남주 시인은 자유민주주의의 허상, 유물론과 관념론의 대립, 종교의 본질, 예술의 계급성, 통일문제 등 계급과 민족해방과 관련해 사상적 체계를 완성하며 철학자적 면모를 드러냈던 시인이었다.

  이 책은 그의 삶과 예술관을 철학적 전기로 완성해나가고 있는데, 특히 격동기를 살았던 시인의 삶을 추적하면서 독자들에게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라는 진중한 질문까지 던지는 철학성 깊은 평전이다. 암울했던 시대, 가장 선동적인 격문이었고 가장 투쟁적인 구호였다는 그의 시세계와 민주화 투쟁을 위한 대학입학부터 투옥생활, 지병으로 인한 죽음까지 삶의 궤적들을 총체적으로 살펴보면서 실천적 정신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여성운동 활동가의 표본 『글로리아 스타이넘』
캐롤린하일브런 / 해냄출판사

  1970년대 페미니즘 운동의 상징이 된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평전이다. 플레이보이 바니걸 위장취업, ‘미즈’라는 말의 창시자로 유명한 페미니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페미니즘을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들의 불평’이라고 폄하하는 남성사회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며 페미니스트들도 외모를 가꿀 수 있고 자유롭게 연애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여성운동의 대모다. 이 책은 여성운동의 관점에서 그의 활발한 활동들을 좇고 있는데 특히 스타이넘의 가정사, 남자관계, 친구들 그리고 삶을 이끌었던 내면의 동기들까지 속속들이 공개하면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산 한 명의 페미니스트의 삶을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탐정소설작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남성도 임신을 해보라”, “월경의 문제” 등으로 여성성 논쟁을 벌이면서 최초의 페미니스트 잡지 『미즈』를 창간한 스타이넘의 전방위적인 활동들을 소설만큼 재미있게 풀어쓰고 있다.

치열했던 천재화가 『이중섭 평전』
최석태 / 돌베게

   ‘흰 소의 화갗로 알려진 화가 이중섭의 평전이다. 일제 식민지 시기부터 해방과 분단시절 등 피폐했던 고난의 시대를 견디며 삶과 예술세계에 천착하고자 했던 이중섭의 불꽃 같은 삶과 죽음, 예술세계를 담은 책이다. 특히 일반에게 잘못 알려져 있는 이중섭에 대한 사실들을 바로잡았으며 전통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표현기법을 이룩한 그의 작품세계를 면밀히 살펴보는 배려를 아끼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 재야 미술평론가인 저자는 이중섭의 예술세계를 옛 것에서 새 예술혼을 길어 올린 미덕으로 표현한다. 또한 천재 화가 이중섭이 남긴 수많은 작품의 제작 시기를 대부분 밝히고 그것을 연대순으로 배열하는 편년작업까지 해냈다. 예술가의 작품과 생애, 그가 살았던 시대상을 다각적으로 살피게 해주는 책으로 ‘소’라는 그림으로만 우리에게 익숙한 이중섭의 치열한 예술혼과 직접 마주할 기회를 준다.

열성적 휴머니스트 『체 게바라 평전』
장 크르미에 / 실천문학사

  “인간은 꿈의 세계에서 내려온다”며 시대정신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했던 열정적 휴머니스트, 체 게바라의 평전이다. 아르헨티나의 의학도였던 체 게바라는 남미여행을 통해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이 세계의 모순을 먼저 치료하는 것이 더 본질적인 문제라 판단하고, 쿠바,  볼리비아 등에서 혁명에 뛰어들었다.

  이 책은 정치가로 남지 않고 평생을 혁명가로 떠돌다 39세로 요절한 체 게바라의 혁명적인 삶을 세계적인 전기작가 장 코르미에의 문장으로 담아내고 있다. 짧은 삶을 살다 갔지만 의사이면서 게릴라, 시인, 장관 그리고 아버지로서 헌신적인 삶을 살아온 체 게바라의 삶의 궤적들을 살피면서 열정 없는 시대를 그야말로 열정 없이 이끄는 우리의 모습을 반성할 수 있다. ‘체 사이트’, ‘체 티셔츠’ 등 ‘체’ 열풍에 환호하나 정작 그의 삶의 진면목을 만나지 못했던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전태일 평전』
조영래 / 돌베게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며 척박한 노동현실을 분신항거로 폭로한 후 한줌 재로 남은 전태일 열사의 평전이다. 봉제공장 노동자로서 1960, 1970년대 노동현실을 직접 체험한 전태일 열사의 삶은 물론이요, 그 삶의 축이 되었던 노동운동의 역사를 아울러 살펴볼 수 있게 해주는 이 책은 폭력과 착취 속에서 살아가야 했던 노동자들의 현실을 간접적이나마 체험하고 ‘노동’의 소중한 의미를 정립하게 해준다. 최저 임금을 받아가며 여전히 기계처럼 일하는 창신동 일대의 여성 노동자들과 고향을 떠나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에 관심을 잃은 우리를 뜨끔하게 하는 책이다. 노동운동에 눈을 뜨게 되면서 평화시장 노동자들과 투쟁의 길로 접어드는 전태일 생의 정점을 읽다 보면 그 어느 영화와 비견할 수 없을 만큼 찡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 김청연 (『출판저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