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대학생이 되면서 새롭게 인식되는 영역이라면, 자신이 몸담은 시대에 대한 올바른 견해와 시대를 관통하는 힘이나 동인(動因) 혹은 그것의 정체일 것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애정을 갖고 같은 호흡을 해야하는 관점에서 이들의 고통이나 경험을 간접적으로 이해하고 공유한다는 것은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인간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는 데 정신활동의 산물인 문학과 예술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문학이나 예술이란 것들이 개념도 개념이거니와 범위나 폭도 감히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사적인 관점에서 다룬 문학과 예술에 대한 책이다. 흔히 ‘사회사’라면 ‘사회적인 변천에 대한 역사’를 뜻한다고 하겠다. 즉 문학과 예술의 변모양상을 사회적인 변화 내지는 변모의 과정을 밝히는 잣대로 이용하였다는 말을 책의 제목은 분명하게 드러낸다. 문학과 예술을 이해하는 방법은 너무도 다양하고 그 자체의 개념도 크다. 따라서 이 책이 지닌 장점과 단점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즉, 하나의 관점에 의거하여 서양의 문학과 예술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면, 세부적인 각각의 항목에 대해 간결한 진술을 통해 언급하였기에 구체적인 사실을 자칫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작용한다.

  저자인 아놀드 하우저는 헝가리 태생으로 문학사가인 동시에 예술사회학자이다. 예술사회학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예술을 사회학적 관점을 통해 이해하려는 학문으로 알려져 있다. 저서의 큰 장점은 저자가 문학사가라는 사실과 사회학적 관점으로 예술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우리들은 더욱 생생하게 문학의 배경과 주변상황, 그리고 예술을 쉽게 그 변천과정이나 원리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사회사적인 맥락에서 인간의 정신활동이 어떤 식으로 대응하고 변모하였는가를 살펴보는 일은 문화나 문화적 현상을 이해하는 한 시각을 제공한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높은 안목 그리고 일관된 관점은 문학과 예술을 보편적이고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구석기 시대의 동굴벽화에서 20세기 영화예술에 이르기까지 서양문화를 해박한 사회사적 지식을 동원하여 해석한 저자의 노력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느껴보아야 하는 대목이다.

  이 책은 전체의 구성은 총 4권으로 짜여져 있다. 1974년에 창비신서(創批新書) 제 1권으로 현대편이 나온 이래 고대·중세편(1976), 근세편 상(1980), 근세편 하(1981)의 순으로 간행되었다. 현실적으로 가깝게 저술된 관점을 제공하다 보니 현대편이 먼저 나왔다 한다. 보다 상세한 목차는 고대·중세편은 선사시대, 고대 오리엔트의 도시문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중세로 이루어져 있고, 근세편(상·하)은 르네상스, 매너리즘, 바로크, 궁정예술의 해체, 새로운 독자층, 시민극의 형성, 독일과 계몽주의, 혁명과 예술, 독일 및 서유럽의 낭만주의로 현대편은 자연주의와 인상주의, 영화의 시대로 나뉘어져 있다.

  목차를 통해 저자의 관점은 근세에 집중되어 현대를 설명하고, 과거에서 그 태동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암시 받게 된다. 물론 번역서라는 한계에서 이 책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직역을 위주로 한 문장은 독서하는데 이해를 방해하곤 한다. 또한 아직 접해보지 못한 많은 문학인이나 예술가의 이름이 열거되어 산만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서양문명에 대한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문학과 예술이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의 것이 아닌 인간 정신활동의 한 영역임을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꼭 추천하고픈 책이다.

/ 이철우(동의대학교 문예창작학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