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삶 일깨워주는 책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상·하 두권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소설 앞에 저자의 이름을 먼저 붙이는 이유는 저자에게 어느 정도의 무게를 두고자 하는 의도에서다. 저자는 후에 이 소설을 쓰게된 동기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장미의 이름』창작노트, 열린책들, 1992)

  소설과 이 책을 모두 읽어보면, 저자가 소설가이기 이전에 저명한 기호학자이며,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로 명성을 날리는 이유와 소설의 창작방법과 소설의 구조적 특성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 만큼 저자의 관심과 학문의 영역이 소설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소설의 내용은 아드소라는 인물이 만년(晩年)에 젊은 시절 자신의 스승 윌리엄 신부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짜여져 있다. 중세를 배경으로 이단을 태워 죽이던 시기에, 논리적이고 실증적인 자세로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윌리엄 신부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는 본격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추리소설은 기본적으로 원인과 결과에 대한 명확한 해석과 이를 뒷받침하는 타당성을 제시하게 된다. 앞서 제시된 단서를 추리하여 사건의 면모를 해결하는 방법은 독자에게 어떤 지적 탐험과도 같은 경험을 안겨준다. 더구나 이 단서들은 모두 생소한 중세의 문화를 쉽게 이해시키는 동시에, 기호적인 상징체계를 통해 구성되는 현실세계를 그려준다는 점에서 대단히 재미있었다. 즉 어떤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기호들이 엮어져 하나의 논리적 사고를 만들어내는 상상과 추리는 소설의 재미에 푹 빠지게 만들어준다.

  더구나 이 작품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있기에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면 소설의 독법과 영화의 독법을 동시에 공부하게 되는 경험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대단히 매력적이다. 소설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부분과 영화 속에서 중요한 의미로 영상화되는 부분의 차이를 통해 문자와 영상과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가 제목을 왜 ‘장미의 이름’이라고 명명했는지 상상하는 일도 새로운 재미를 줄 것이다.

  후에 저자는 소설을 집필할 때 중세를 그려내려고 한 것이 아니라 중세에서 서술하였다고 설명한다. 일체감 속에서 기술했다는 말이다. 막연하게 생각되어진 중세의 시기를 마치 살아가는 것과 같은 시선 속에서 담아냈다는 대목은 중세를 이해하는 데에도 이 소설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침묵과 참선이 절대시되는 수도원에서 일어나는 비밀스러운 사건의 열쇠가 인간 심성의 근본적인 것에 닿아있다는 발상은 저자의 지적 능력과 소설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살인의 동기도 책이고 살인의 도구도 책이 된다는 설정은 기호의 복합성과 해석의 위험을 동시에 경고하기도 한다.

  소설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권할만하다. 문제는 너무 재미에만 치우치지 말고 소설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찾아내는 일이다. 이 소설을 읽고 그 당시 필자에게 강요되었던 선택의 문제에 대해 스스로 해답을 구하려고 노력했던 일들이 생각난다. 결국 ‘이것이냐, 저것이냐’라는 선택의 강요는 우리에게 혼란과 무력감을 가져오지만, 자율적인 판단의 근거를 도출시켜 선택하는 인생의 중요한 공부를 배우게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바꿀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자세는 방관이 아니라 적극적인 삶 속에서 훈련되어지는 것이리라.

/ 동의대 문예창작학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