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져 있던 문화의 발견

  ‘아시아 문화 탐험서’라는 말이 부제로 있는 이 책의 저자는 우리에게 『한국의 굿』(열화당, 전 20권)이라는 시리즈를 통해 사진작가로 명성이 높은 김수남 선생이다. 그는 전직 사진작가 출신으로 이제는 오지탐험가이자 여행가 혹은 문화 보호자의 역할을 담당한다.

  민속학에도 박식함을 보이는 저자는 한국의 민속인 탈과 굿에 대한 작업이 어느 정도 일단락을 한 후 관심을 아시아 전역으로 넓혔다. 그의 아시아 오지 12년 기록의 산물이 바로 이 책이다. 따라서 이 저서는 독자들이 경험하기 힘든 문화적인 원시형태가 비교적 오롯이 담겨 있으며, 특히 문화사와 인류학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이해하는 데 더없이 좋은 참고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오지의 국가는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인니아, 미얀마,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이다. 아시아 전역을 거의 모두 두루 섭렵한 문화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종족과 문화를 한 권의 책으로, 더구나 사진기자다운 안목이 잘 담긴 컬러 사진들과 여러 권의 책들을 상재하여 익숙한 글솜씨가 한데 어울려 보다 다양한 정보를 이해시켜준다는 점이 강점이다. 추상적인 감(感)보다는 구체적인 현장을 보여주고자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는 말이다. 현장의 생동감 있는 장면을 사진과 글을 통해 자세하게 풀이해준다.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를 기술하려는 욕심과 오지의 문화를 지켜야된다는 신념의 강조가 만드는 경직성이 단점일 뿐 이 책의 미덕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먼저 기술되는 글의 표현이 대단히 쉽다. 예를 들어, 태국 국경에 있는 라후족을 설명하는데 ‘4만원 내고 결혼하라’는 직설적인 표현을 그대로 차용함으로써(214page) 독자들에게 생동감 있고 절실한 삶의 곤궁한 처지를 솔직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문화적 감수성은 대부분 유럽을 통해 전해 받은 것들과 유럽 중심의 문화적 안목이다. 따라서 유럽 문화의 그늘에 가려진 아시아의 문화 유산을 만난다는 일은 그 자체로서도 기쁜 일인 셈이다. 가 보기조차 힘든 오지의 문화를 경험시키고 나아가 매 장의 끝 부분에 자신의 여행 수첩에서 필요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후에 그곳으로 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편의까지 세세하게 제공한다.

  필자의 문화를 이해하는 방법은 구체적으로 접근한 후에 애정을 가지고 그곳의 사람과 바람과 사물과 음악이 들려주는 것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실증적이지는 않지만 보편성이란 토대에서 이해하는 것이기에 문화적 상대주의에 기초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문화적 인식과 토대의 중요성, 그리고 타문화를 이해하는 방법을 나직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말하는 자세를 배우게 된다는 점에서 일독(一讀)을 권하는 것이다.

/ 이철우(동의대학교 문예창작학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