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이 파업중인 현장에 가본 적이 있는가. 가본 사람도 있겠지만 가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서 많이 봐왔을 것이다. 보통 시민이라면 파업을 지켜보면서 노동자들의 심정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자신에게 오는 피해나 불편함을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다. 철도가 끊겨 발을 동동 구를 때도,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세 시간 이상이나 기다릴 때도…. 이처럼 일상생활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분야의 파업은 그로 인한 불편함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한다. 이러한 불편함 때문인지 몰라도 정부가 이를 ‘불법파업’으로 규정지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심정적으로 동의를 한다. 그리고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와 공권력 탄압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한다.

▲파업은 노동자가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노동법이 이를 인정하고 있으며, 노동자들로서는 사측의 불합리에 대항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다. 시민들에게 약간의 불편은 줄 지언정 ‘불법’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왜 유독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파업은 대개가 ‘불법’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일까.

▲노동자들의 파업을 법적으로 인정해 놓고도 그 파업을 불법으로 만들어 버리는 또 다른 강력한 법안이 있다. 법적으로 노사간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파업이 장기화돼 그 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을 때에는 제 3자가 이 문제에 개입하게 된다. ‘직권중재’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직권중재가 악용되고 있다. 직권중재를 빌미로 사업자들은 처음부터 교섭에 불성실하게 임하고 직권중재에 넘기려 한다. 직권중재시에는 파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이러한 사업자들의 태도에 불만을 품고 직권중재시에도 파업을 강행하곤 한다. 그래서 파업이 불법으로 규정지어지고 강력한 탄압이 자행되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은 계속되어 왔다.

▲가톨릭 중앙의료원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명동성당에서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병원 노조원들은 지쳐서 하나 둘씩 실려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파업 역시 직권중재로 인해 불법으로 낙인 찍혀 언제 공권력이 투입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또 그들이 거주하고 있는 명동성당 측에서도 파업을 못마땅히 여기고 불법 파업을 조속히 정리하란다. 모든 상황이 점점 그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앞으로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권을 위해 파업을 하는 데 있어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생존은 한 인간으로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불법파업으로 규정지어져 법망에 쫓기고 무력탄압까지 가해진다면 한국의 노동자들은 이 땅에 설자리가 없다. 시민들의 편의가 중요하듯이 노동자들의 삶의 질도 중요하다. 조금만 시각을 바꾸어 그들의 입장에서 파업을 바라보자. 분명 파업은 정당한 노동자들의 권리이다. 사측의 성실한 교섭자세가 절실한 상황이다. 시민들 역시 파업을 무조건 불법 행위라 여기지 말고 그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관심 갖고 귀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 될 때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지 않고 정정당당한 위치에서 자신들의 권리인 파업을 행사할 수 있다.

/ 최진영 기자 wlsdud8210@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