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공개 토론이 있은 후,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한층 가열되고 있다. 일단은 여태까지의 검찰의 행태가 국민들에게 항상 불신을 받아왔다는데에 기인하고 있겠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의 검찰이 국민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추잡하고 지저분하기 그지 없지 않았는가. 옷로비, 이용호 게이트, 법무부 장관의 “목숨을 바쳐 정권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메모 등 근래 있었던 일들만 해도 셀 수 없이 많다. 약자에게는 강하되, 강자에게는 한없이 머리숙이는 자들. 그러한 자체적인 결함도 결함이다만 국민들이 이번 토론을 통해 그들을 더욱 경멸하게 된데에는 그들만의 ‘엘리트 의식’도 한 몫하고 있다.

  논리에 안맞는 주장을 되풀이한다거나 자리에 적합치 않은 인신공격을 서슴치 않다거나 하는 점은 토론을 위해 참석했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으며 자신들의 주장만을 일관되게 이야기하다가 결국은 뒷걸음질 쳤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일류대를 나왔고 고시까지 패스’한 사람들의 자존심이 오죽했겠는가. 현재 검찰이 국민들에게 멸시의 대상이 된 것은 인사권 독립을 왜 진작 외치지 않았냐는가 때문이 아니다. 늘 정권과 재벌을 비호하고 그들의 잘못에는 한없이 너그러우면서도 일반 국민들에게는 섬뜩하고도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댔기 때문일 것이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죄없는 사람들까지도 가두지 않았던가. 그런데 인사권독립이 되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고? 단 한 검사도 말로나마 국민이 더 이상 억울한 피눈물을 흘리지 않게 하기 위하여 검찰의 독립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지 않았다. 그날 대통령에게 당당하게 할 말을 하던 젊은 검사들에게서 총칼 앞에서 “아니오”라고 말하는 투사의 모습이 전혀 겹쳐지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은 인사권 타령만 반복하였지 정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 국민들 대부분이 그들의 주장이 정의가 아니라 집단을 위한 것임을 알고 분노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5년 뒤를 몇 차례 거론하여 시커먼 속내를 드러냈다. 그들의 당당함은 강한 자에 맞서는 용기가 아니라 “정권은 유한하고 검찰은 영원하다”라는, 그리하여 대통령보다 더 눈치를 볼 사람은 검찰 선배라는 특권의식과 오만함을 보여주었다. 만약 이들이 이날 대통령에게 한 것처럼 외압을 요구하는 검찰 선배나 수뇌부, 부조리한 강자들에 맞서서 자신의 소신을 지켰다면 지금 국민들이 이처럼 그들을 불신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어긋난 엘리트 의식에 젖어있는 집단이 어디 검찰뿐인가. 국민들의 건강을 담보로 밥그릇을 챙기는 의사들, 권력에 아첨하며 그들에게 이론을 제공하는 대학 교수, 국민들을 위한 합리적인 행정을 구현하기보다는 자신의 입신만을 위해 바둥대는 관료, 늘 곡필을 일삼아 삐뚤어진 사회 의제를 유포하는 언론인……. 절대권력은 무조건 부패하기 마련이라고 했다. 이들에 대한 대접이 너무 융숭한 건 아닌가 싶다. 사회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를 가려내는 일이 전사회적으로 절실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