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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하루] 샘밭 - 최돈선
이현준 작가  |  skdak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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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5.09.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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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밭 최돈선

샘밭에 비 내린다
배추잎이 젖고 있다
어디든 가고 싶구나

---------------
 

  소설을 쓰는 내게, ‘시가 있는 하루’를 위한 원고 청탁은 애초에 가당찮은 일이었다. 시인은 소설가가 곧잘 되지만, 소설가는 시인이 되기 싶지 않은 법이다. 그래서 고민했고, 다행이 내가 시를 써야하는 것은 아니니 ‘하겠다’ 했다. 그래도 살면서 추억에 담고 있던 시 한두 편쯤은 있지 않겠나 싶었다. 하지만 정작 내 기억이 머금던 시는 어디로 잦아들었는지 찾아지지 않았고 내가 ‘문학노트’라 부르는 내 낡은 노트에서 춘천시인 최돈선의 ‘샘밭’이란 시를 찾았다.

  윤대녕의 ‘비 내리는 날은 30번 국도로’라는 단편을 읽던 중 마음에 들어 적어놓았던 시인데, 과연 윤대녕이 ‘샘밭’이 춘천에 있는 지명임을 의식했는지는 의문이다. 암튼 샘밭은 지금의 소양댐 아랫동네를 지칭한다. 내게 세월교와 물안개, 그리고 이외수로 대변되는 샘밭은 그 자체가 시인 곳이다. 지금은 정신 사나운 음식점들과 관광객들로 인해 마음이 불편한 곳이 되었지만 불과 10 여년전만해도 그곳은 누구에게나 시심을 떠올리게 했던 곳이다.

  이른 아침, 자전거로 내리 달려 버즘나무 길을 빠져나와 세월교 위에 서면 소양댐에서부터 폭포수처럼 내려오던 물안개가 온몸에 부닥쳐 몽알몽알 뭉치곤 했다. 발바닥부터 서서히 차오르던 안개가 머리끝까지 들이찰 때면 어김없이 샘밭에서 소설 ‘장수하늘소’를 썼다던 이외수를 떠올렸다. 자신을 가두려 샘밭집 나무대문에 못을 박고, 있지도 않은 개를 조심하라고 써 붙였다던 그는, 당시만 해도 치기어린 스무 살 작가지망생에겐 선망의 대상이었다.

  여전히 그의 치열함을 단 1초로 닮아본 적이 없는 나는, 그를 지척에 두고 살면서 종종 부끄러워 혼자 얼굴을 붉힌다. 가을이 오고, 가을비가 샘밭 어딘가에 찾아드는 날, 배추잎은 최돈선 시인의 말처럼 젖어들 것이다. 어쩌면 창가에서 서성이던 나도 먼발치에서 따라 젖어들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시인의 말처럼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질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샘밭 배추밭에 서리를 하듯 스며들어 찌그덕찌그덕 쓰린 마음을 달랠지 나는 정말 모르겠다.

/ 이현준(소설가ㆍ철학과 1994년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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