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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하루] 방랑은 얼마나 아픈 휴식인가 - 박주택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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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5.11.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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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처럼 돌아온다
저 여린 가슴
세상의 고단함과 외로움의 휘황한
고적을 깨달은 뒤
시간의 기둥 뒤를 돌아 조용히 돌아온다
어떤 결심으로 꼼지락거리는 그를 바라다본다
숫기 적은 청년처럼 후박나무 아래에서
돌멩이를 차다가
비가 내리는 공원에서
물방울이 간질이는 흙을
바라다보고 있다
물에 젖은 돌에서는 모래가 부풀어 빛나고
저 혼자 걸어갈 수 없는
의자들만 비에 젖는다
기억의 끝을 이파리가 흔들어놓은 듯
가방을 오른손으로 바꾸어 들고
느릿한 걸음으로 돌아온다
저 오랜 투병의 가슴
집으로 돌아온다
지친 넋을 떼어 바다에 보탠 뒤
곤한 안경을 깨워
멀고 먼 길을 다시 돌아온다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나고, 또 돌아올 곳이 있기 때문에 떠난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로 우리의 일상은 언제나 작거나 큰, 정신적 육체적 머뭄과 떠남을 반복한다. 그리고 그것이 만드는 공간 속에서 인간에게 제약된 세계에서의 현존성과 이상 세계로의 일탈과 모험을 직조한다. 그것이 유한한 삶의 단조로움과 권태를 이겨나가는 성숙을 향한 처방이다.

  시인은 먼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이다. 그러나 완전히 돌아온 것은 아니다. 아직은 머뭇거리면서 ‘숫기 적은 청년처럼 후박나무 아래에서/ 돌멩이를 차다가/ 비가 내리는 공원에서 /물방울이 간질이는 흙을 /바라다보’고 있다. 그러므로 계속 반복되는 ‘돌아온다’의 의미는 ‘돌아와야 한다’는 시인의 억압된 무의식적 회기본능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시인은 아직도 노중이므로 돌아올 수도, 다시 떠날 수도 있다. 시인에게 있어 그를 ‘저 혼자 걸어갈 수없는 의자’가 되어 비에 젖게 하는 일상은 ‘곤한 안경을 깨워’‘넋을 떼어 바다에 보탠 뒤’ 자신의 목소리를 감춘 채 ‘조용히 돌아와’야 하는 억압된 ‘오른손’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 고경희(시인ㆍ국문과 2003년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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